Descanso Garden 3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게 어디 있겠어요?
눈길이 가든지 그래서 발견되었든지
아님 그냥 묻혀 있든지
흔하다고 해서 값없는 건 아니거든요.
지천으로 피어나 사태 나듯 해도
그렇게 더미를 이룬 꽃송이 하나마다
다 보물인 줄 알기나 하겠나요?
이래서 이 세상에 돌로 버려지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
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되었으면 꿈도 꾸면서
-신경림, ‘돌 하나 꽃 한 송이’-
[에이, 꽃이 아니면 어때서요?
그리고 돌멩이 하나라도 버려진 건 아니라니까요.
말이야 바르지 버려지는 쪽은 꽃이라니까.
갈릴리 청년에게 “이제부터 널 돌멩이라 부르겠네” 그러시던 걸요.]
꽃은
그냥 좋은 거지요.
뭐 때문도 아니고 무얼 위해서도 아니고.
그래도 “꽃 본 김에...” 라는 생각 들더라고요.
꽃은 피고요.
햇빛은 빛나고요.
검고 무거운 구두는
어디 그늘진 곳에라도 벗어 놓고요.
꽃피는 나무 밑에서
우리
입맞춤해요.
꽃은 지고요.
날은 저물고 말지요.
-장석주, ‘꽃나무 밑에서의 입맞춤’-
늙은이 입내 숨기지 못할 나이 되어서도
말 붙이지 못했던 생각나서가 아니고
그때 그냥 지나갔던 게 못내 아쉽다는 게 아니고
도잠(陶潛) 두보(杜甫) 한 줄도 생각나지 않고
목젖 축일 것도 없던 차에
옅은 구름 빨리 지나가듯 스친 생각이니
흉볼 것 없다.
꽃이 진다 그러는데
봄날은 간다 그러는데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지면 또 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