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일한거(春日閒居)
게으른 하인은 해 저물기를 바라겠으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은 석양에 ‘행여나’가 무너지기에...
나는 뭐 기다리는 것도 아니지만
하루가 맹랑하게 가버리니까 좀 그렇다.
송희갑(宋希甲)이란 이가 지은 ‘춘일대인(春日待人)’이란 시를 옮긴다.
岸有垂楊山有花 둔덕에 버들 늘어지고 산에는 꽃 피는데
離懷悄悄獨長嗟 헤어짐으로 서린 시름 긴 한숨짓게 된다
强扶藜杖出門望 지팡이에 몸 기대어 문밖까지 나와 보나
之子不來春日斜 가버린 이 오지 않고 봄날 해는 기운다
창밖 가지에서 무너져 내리는 목련 꽃잎들을 보고 있다.
만날 때는 한창 피었다가(玉人逢時花正開)
헤어지고나면 쓸어버린 듯 사라지는 게 꽃인데(玉人別後花如掃)
그 꽃 뭐
요즘은 사철 구할 수 있으니까
지지 않는 꽃들도 있으니까.
봄은 이제 시작인데 뭐
또 가면 가는 거지 뭐
그리고 날 저물고도
할 일 많은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