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춘(惜春)
지하철만 타고 다니다가
땅밖으로 나와 보니
그새 난리났다
겨우 내부순환도로 중부고속도로 잠간 타고
돌아온 길인데
아휴 나 그동안 뭐 했는지
이젠 수습할 수 없구나
지는 것들 막을 수 없네
하루는 더 가려나
花雨落紛紅(화우락분홍)
비... ...는 며칠 후나 오려무나
거기 살았었다고
만나서 연애했다고
가보면
무슨 자취 남지 않아서
번번이 실망하지만
그래도 찾고픈 데가 있다
초혼으로 불러내어
혼백 결혼이라도 시켜주고 싶다
같이 산 날 짧은 이들
두어 달이라도 떼어 주고 싶다
될 법한 얘기겠냐
가긴 또 어딜 가겠으며...
이영도의 시조 두 편 싣는다.
여미어 도사릴수록
그리움은 아득하고
가슴 열면 고여 닿는
겹겹이 먼 하늘
바람만 봄이 겨웁네
옷자락을 흩는다.
-‘모란’-
어루만지듯
당신
숨결
이마에 다사하면
내 사랑은 아지랑이
춘삼월(春三月) 아지랑이
장다리
노오란 텃밭에
나비
나비
나비
나비
-‘아지랑이’-
- 예순 번을 그렇게 보내놓고 이제 와서 새삼스레 서운하다 할 텐가?
- 그럼 자넨 무슨 붙잡을 재주라도 있다는 겐가?
- 말린다고 가지 않겠나? 슬퍼할 이유가 없다는 거지.
- 얽혔다가 헤어지는데 섭섭하지 않다고?
- 또 오니까... 둥지 쳐다보며 작년에 왔던 그 제비가 맞나 할 건 없네.
- 떠난 님 다시 오면 좋잖아? 기다림은 아프지만 아픈 즐거움이고.
- 그냥 “연(緣)이 닿으면 또 뵐 수 있겠지요”하고는 잊어버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