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진지 언제라고

 


집에 돌아오면

오늘 어디가 얼마나 아팠는가 하는 호소가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해드릴 수도 없고

뭐라 드릴 말씀도 없고

(“벌써 폐차 처분할 것이 새 차 같을 수 있겠어요...” 그럴 수 없는 거지?)

어떡한다?

마땅한 화제도 없고...


꾀를 내었다.

- 아버님, 그때, 그러니까 주검이 널려 있는 산 속을 헤맬 때 맡으셨다는 향기,

  그게 무슨 꽃에서 났는지 아세요?

- 하얀 꽃이었어.  이름은 몰라.  아, 그 냄새 정말 대단하더라.

- 그때가 몇 월이었는지...

- 여름이었을 거라, 아냐 봄인가... 잎들이 이미 우거졌던데...

- 흠, 1951년 오월 말이나 유월 초쯤 됐겠군.  그럼 산목련일 겁니다.

- 오라, 그게 산목련이라...

그렇게 얘기가 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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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시인이 아니지만

시 써본 적은 없지만

읽기는 좋아하거든.

(그렇잖아, 축구선수라야 축구를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그냥 필경(筆耕)이 되어 남의 글이나 옮겨 적는데

시인들의 젊음이 나를 늘 부끄럽게 한다고.

(그냥 아름다움만 노래하지 교훈은 담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래 시 ‘목련이 진들’은 박용주가 중학생 때 전남대학교 백일장에서 수상한 것이다.

애들이 정말...

마른 오징언지 쉰 걸렌지 냄새나는 할아버지는 어쩌란 말이냐?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뿐이랴

    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

    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


    해마다 오월은 다시 오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영혼들이

    휜 빛 꽃잎이 되어

    우리네 가슴 속에 또 하나의

    목련을 피우는 것을


    그것은

    기쁨처럼 환한 아침을 열던

    설레임의 꽃이 아니요

    오월의 슬픈 함성으로

    한닢 한닢 떨어져

    우리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피어나는

    순결한 꽃인 것을


    눈부신 휜 빛으로 다시 피어

    살아있는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

    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

    우리들 오월의 꽃이

    아직도 애처러운 눈빛을 하는데

    한낱 목련이 진들

    무에 그리 슬프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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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도종환 너

그만해도 나이 꽤 됐다만 ...


    그가 나무에 기대앉아 울고 있나 보다

    그래서 뜰의 목련나무들이

    세차게 이파리를 흔들고 있나 보다


     -‘목련나무’-


그래, 뭐 나도 운다

그런데...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 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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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 게 김새게 한다니까.

그냥 ‘~습니다’ 그러지

‘~해야 합니다’ 그러지 말라니까.

(해본 소리다.)


그래, 사랑이 가자는 대로 가지 못했다.

순한 사람이라야

제 주장 펴지 않는 사람이라야

사랑하겠더라.

사랑하는 건

사랑받는 것.

끌려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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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어쩌랴.


잎들 돋는 것 보면서

잎도 예쁘다고

갈 거니까 간 거라고

그래도 서운한 건 서운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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