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의 강
1
봄날 금요일 오후 세시
자리 지킨다고 밥값 주는데 한눈팔아 미안하다만
내 맘을 묶을 수도 없고
머릿속을 알아보지도 않을 테니까
아련한 그리움으로 눈빛이 흐릿하다고
따질 사람도 없을 것이다.
떳떳하다고 내세울 것도 없고
부끄러우면서도 굳이 변호할 이유도 없는
그리움이란 놈이
밤안개 깔리듯 제 자리를 넓히는 동안
우련하게 드러나는 인형.
Would you give me a drink?
우리처럼 내력(耐力) 없는 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는 힘이지만
내력(內力)이 고강한들 그렇게 퍼주고 나서야
고갈(枯渴)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그는 목마르다고 그러셨다.
한 분 겪으심으로 다 해갈돼야 하는데
나는 아직 목마르다.
우물가의 여인도 흡족하다는데.
2
조반 기도에서 그러셨다.
“아름다운 날과 맑은 날씨를 주십시오.”
(... ...)
나갈 일도 없고 창문 한 번 열지 않으시면서
황사 공습이라고 방공호로 대피하시겠나
따뜻하다고 마실 가시겠나
날씨를 두고 기도할 건 아닌데...
비가 안 오면 사막화되고 말지
바람 없으면 황사는 내습하지 않겠으나
배기가스 퇴출할 길 없으니
비는 비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다 감사할 일이로다...
그러니 아멘 소리 우렁찰 리 없었다.
참 좋은 날이다.
아기손만큼 커진 목련 잎에 새겨진 빗금 수를 세다가
개인 날인데 왜 젖었지 그 참 이상하네?
메마른 가슴에 물줄기 닿았나 보다.
사막이 아니네?
제사장은 저를 위해 비는 게 아니었구나.
3
검룡소만 한강을 채우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원천이란 게 있으니까.
거기서 물 끌어다 먹겠다는 특권층 혹 있다면
팔당이나 광장 물 먹는 사람은 어떡하란 말인지...
(물 맑고 공기 좋은 산골이나 바닷가에 펜션 지어 자연 훼손한 이들
다 문화인이시더라.)
생수의 근원이신 분은
모든 이들과 동거리점에 계시니까.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그 속에서 샘솟는 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