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있는 것은 왜 있는 걸까?

그냥 있는 걸 두고 왜는 왜?

왜 사냐건 웃지요? 그게 무슨 멋진 말이라고, 그렇게 실실 쪼갤 게 아니거든.

李白이 “笑而不答 心自閑”이라고 그랬듯이 대답하지 않을 권리는 있지만

질문 자체를 發想하지 않는다? 그건 살 가치를 포기하는 것이기도.

소크라테스가 그랬듯이 “The unexamined life is not worth living.”

묻지 않고, 그래서 省察하지 않은 삶은 살만한 가치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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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질문이라도 시시한 건 아니겠지만

들인 공에 비해서 얻은 게 별로라면 나중에 허탈하겠다.

잠이나 잘 걸... 그런 헛된 밤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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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 잠 다시 불러오지 못하고 오만가지 잡생각이 불꽃놀이로 방정떨 때...

어쩌다가 이 여름에 한국에 나가게 된다면, 이박삼일쯤 어딜 가볼만한 짬이 난다면?

갈 데 많다고 다 가보는 게 아니고

간 데 또 가게 될 것이다.

좋았던 게지. 익숙해서 편안하기도 하고.

{허락된 시간이 짧으면 모험적일 수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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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도 그렇다.

최상의 선택 아닌 줄 알아도

임자 없는 좋은 사람 널렸다 하여도

호기심이 ‘돈 놓고 돈 먹기’를 부추긴다 해도

그만하면 밥값만큼 밥맛 내는 식당 또 가듯 그렇게

아는 사람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사람의 경우 쌍방이 선택권을 행사하니까

주소 바로 알고 찾아갔어도 문 안 열어줄 수도 있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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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비 왔지만 해갈에는 한참 모자란다.

비 쏟아지는데도 자동 셋업 해둔 스프링클러에서 물을 뿜어내는 걸 보고 있자니 속 터진다.

사막성 기후에서도 너른 잔디를 꼭 가꿔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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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열기가 식은 틈을 타서 배롱나무가 다시 꽃을 달았다.

테네시를 지나다가 꽃을 뿜어대듯 하는 나무들을 보고 부러워했다.

{이웃집 정원에 있는 꽃과 남의 여자는 예쁜 건가?}

이 극한상황에서 몇 점이라도 붉음을 보여주는 무한인내를 안쓰러워하고 지극정성에 감사해야지...

미안하고 고마워. 살아줘서, 사는 동안 예뻐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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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지나가고 나서 돌아보면... 좋았던 거였어. 

고별, 부재, 그리고 재회?

그러면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는 코미디가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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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stem rose 한 dozen에 5불! 기분 이또~, 상스러운 표기 눈감아주기로, 완죤대박!

하나에 5불이라면 아마도 안 샀겠지.

빵으로만 사는 건 아니지만, 밥 한 끼와 맞바꾸기는 좀 그렇거든.

그래도 릴케에게서 장미 한 송이를 받은 거지는 한동안 거리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그러대.

자존감을 먹고 살았던 게지, 뭐 며칠이니까.

하하, 5불에 닷새를 기분 좋게 살 수 있었네.

추레해진 다음에도 닷새를 더 두었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끄름 내는 심지를 부벼 끄지 아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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