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나들이 2

 

치마 두르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여자들은 다 예뻐 보이고

사람들은... 알고 보면 다 좋은 이들이더라.

{미국에서 낳았기에 미국인, 군복 입었으니 군인, 죄를 지었으니 죄인이지만

사람은 다 사람이니까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냐 사람이라야 사람이지”라는 말도 이제 하지 않으련다.}

더 예뻐 뵈는 사람이 있기야 하지만

그건 택했고

관계가 이루어지고

책임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꽃에 뭐 더 곱고 덜 고운 게 있겠는가

다 좋더라

하나같이 예쁘더라.


(서두가 길어졌다만...)

그림

다 좋더라고.

어쩜 그리들 잘 그리지

예술가 중에 떨어지는 이들이 어디 있겠는가

다들 굉장하더라.

아주 치열하게 몰두하던 걸.

더 맘에 드는 작품이 없지는 않겠지만

졸작이니 걸작이니 그런 말 하지 않기로.


너무 밝은 날

그래서 조리개를 줄이니까

엽기장면에 놀랐다고 눈알이 굴러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눈을 조금만 뜨고

사람들 사이를 흘러 다니면서

도장 파는 이, 가훈 써주는 이, 부적 파는 이, 밥집 들어오라고 호객하는 이,

“이거 오빠한테 어울리겠다” 라며 개량한복 권하는 이와 일일이 말대꾸하고

아 다리 아프다

그렇지만 전통찻집에 혼자 들어가 앉았기도 그렇고...

 

뭘 기다리는지 머뭇거리다가

하루 그냥 가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 나왔는데

낮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 그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낮술, 낮거리, 낮달, 낮도깨비, 낮도둑, 백일몽 같은 말들이 생겼겠는데

그런 것들이 어쩌자고 친숙하게 여겨질까.

 

크고 작은 갤러리 기웃거리다가

인사 아트센터 육층까지 따로 따로

발품 팔기 고단하다.

공동전시회의 경우 축하 화분이 많이 들어오니까 우선 난향이 좋고

문학과 미술의 만남 뭐 그런 데서 정호승-박항률 짝패를 시작으로

참 여럿도 모았구나, 꽃들

김춘수, 김용택, 김명인, 서정주, 박두진, 김진경, 윤후명, 박재삼, 정현종, 오세영...

(화내실라, 이상 무순, 생각나는 대로.  화가들 이름은 잘 생각나지 않음.)


꽃들 예쁘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열내며 부를 것 없다.

꽃은 꽃

사람은 사람

더러 꽃 같은 사람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으나

사람 같은 꽃, 그런 건 없지 싶다.


본정통에서 떨어져 있기에 잘 몰랐는데

경인미술관 그런 게 있었구나.

거기서 어눌하고 진이 빠진 것 같은 아저씨 강인주 화백과 길게 얘기 나눴다.

그 자잘한 것들이 다 갈꽃이구나

옛적에 을숙도 에덴공원에서 보던 것들

그것들로 화면을 꽉 채웠네

Walt Whitman의 풀잎 같은 아톰들이 우주를 이뤘네.

알아본 게 고맙다고 화가는 눈에 따뜻한 기운을 모락모락 피우며 날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화가들 별난 사람 아니데, 좀 수줍어하고 순한 분들이더라고.)

벽을 채운 그림들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았다.

벌판 청보리밭 조밭 갈숲 강변 개펄 그런 데에도 다 길이 있거든

오월로 마을로 집으로 그때 거기로 가는.


마주칠 것도 아니고

이미 만남 있었기에

더 기다리지 않기로.


아직도 무슨 바람 이는가

잦을 때 됐는데...

하느작거리는 것은 하느작거리게 만들어진 것

버팀목이 되거나 붙잡아 줄 필요 없겠고

나도 이제 홀로 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