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자네 소리하게 내 북을 잡지
그럴 용기 없어서
무리와 더불어 추임새 몇 번 넣다가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가 싶어 뛰쳐나와서는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하다가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있을테요 하다가
에잇 살자면 없이도 사는 것이다
(종이 울리고 느린 걸음으로 나아가... 험험)
많이 힘드니까
그런 줄이나 알고 시작하시고
나중에 이 정도인 줄 몰랐다 하지 마셔요
할만하거든
하셔요
(... 쩝)
이리 보면 이렇고 저리 보면 저렇고
이렇다 저렇다 할 것 없지만
이런 걸 이렇다 하지 저렇다 할 수 없고
저런 걸 저렇다 하지 이렇다 할 게 아니지
일루 가면 거기 될 게고
글로 가면 그리 될 테고
가고 싶은 대로 길 골라 가겠는데
가보면 다 그러니까
그냥 잘 왔다 여기셔
그리해서 이리된 걸
이제 와서 어쩌겠나
차라리라 할 것 없고
그만 받아들이시게
(종이 울리고 강의 끝)
그럼 차나 한잔
喫茶去.
去는 허사, 조사, 그저 명령, 부탁 등의 문장 뒤에 폼으로 붙인다고 그러는데,
그럼 “알간?” 정도로 지나가면 될까 몰라.
그러니까 “끽다거!” 하면
“떨자마(떠들지 마 임마), 차나 마셔”라는 뜻.
그거 그냥 ‘가다’로 덧붙이면 안 되나?
“마시거든 꺼져”로.
한식경(一食頃, 一餉)이라고 한다.
한차례 밥 먹을 동안
차 한 잔 마실 만큼만
짧다면 짧고.
상대적 지속의 차이를 두고
길다 짧다 그럴 것 없다.
견디기 어려우면 길고
즐길 만하면 짧다.
머묾이라고 마냥 죽치겠다는 게 아니니
눈치주지 말게.
가슴이 저려
미적거린 것뿐일세.
아쉬워
아린 마음으로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