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자네 소리하게 내 북을 잡지

그럴 용기 없어서

무리와 더불어 추임새 몇 번 넣다가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가 싶어 뛰쳐나와서는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하다가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있을테요 하다가

에잇 살자면 없이도 사는 것이다

 

 

 peonyB.jpg peonyC[1].jpg peonyD[1].jpg

 

  

(종이 울리고 느린 걸음으로 나아가... 험험)


많이 힘드니까

그런 줄이나 알고 시작하시고

나중에 이 정도인 줄 몰랐다 하지 마셔요

할만하거든

하셔요


(... 쩝)


이리 보면 이렇고 저리 보면 저렇고

이렇다 저렇다 할 것 없지만

이런 걸 이렇다 하지 저렇다 할 수 없고

저런 걸 저렇다 하지 이렇다 할 게 아니지


일루 가면 거기 될 게고

글로 가면 그리 될 테고

가고 싶은 대로 길 골라 가겠는데

가보면 다 그러니까

그냥 잘 왔다 여기셔

그리해서 이리된 걸

이제 와서 어쩌겠나

차라리라 할 것 없고

그만 받아들이시게

 

 

   A6[9].jpg

 

 

(종이 울리고 강의 끝)


그럼 차나 한잔

 

     A5[11].jpg

 


喫茶去.

去는 허사, 조사, 그저 명령, 부탁 등의 문장 뒤에  폼으로 붙인다고 그러는데,

그럼 “알간?” 정도로 지나가면 될까 몰라.

그러니까 “끽다거!” 하면

“떨자마(떠들지 마 임마), 차나 마셔”라는 뜻.

그거 그냥 ‘가다’로 덧붙이면 안 되나?

“마시거든 꺼져”로.


한식경(一食頃, 一餉)이라고 한다.

한차례 밥 먹을 동안

차 한 잔 마실 만큼만

짧다면 짧고.


상대적 지속의 차이를 두고

길다 짧다 그럴 것 없다.


견디기 어려우면 길고

즐길 만하면 짧다.

 

 

   A1[9].jpg

 

   A2[10].jpg

 


머묾이라고 마냥 죽치겠다는 게 아니니

눈치주지 말게.

가슴이 저려

미적거린 것뿐일세.

 

 

   A3[10].jpg   A4[9].jpg

 


아쉬워

아린 마음으로

봄날은 간다.

 

 

   A7[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