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 (2)
어제 도심에서 별로 떨어지지도 않은 곳에 어쩜 이런 깊은 숲 맑은 물이 있을까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처럼 신기해하며 걸었다.
날 밝자 이슬에 바지 적시며 떡갈나무 숲을 헤치고 다녔다.
뒷동산 수준인데 막상 오르자니 숨 가빴다.
새소리 같이 듣자고 전화했는데 잘 연결되지 않았다.
(사진 몇 장 찍었지만 돌아가서나 정리하겠네.)
눈뜨는 신록의 푸른 물결 속에
감춰진 신비를 나는 읽고 있네
그대 그리움이 저 잎 잎에 살아나
한꺼번에 파도치는 소리를
나는 지금 여기서 듣고 있네
언제나 눈 귀 다 열어놓고
보더라도 지칠 줄 모르고
듣더라도 그 소리 소리 지울 수 없는
시간은 뜨겁게 내 마음에 타고 있네
생의 기쁨과 슬픔 사이
그 울울창창한 맥박, 거둘 수 없는 간격에서
시간은 다시 고여 뜨겁게 불타고 있네
모든 잎 잎의 생애가 다 기울어
한꺼번에 와와 소리치면
저 초록의 물결은 벌써 내 마음
밀리고 밀려들어와 소리치는
메아리 곱게 울려 퍼져 오랜 동안
깊은 울림은 계속하여 꽃이 피네
-정공량, ‘신록을 보며’-
꿈에 먹은 떡
그랬던가
그렇구나
너 몰랐을 때에 서운한 게 없어서 괜찮았고
알고 나서 떨림도 좋았고
간 다음에 잘될 것 같은 기다림으로
“Hi!”라는 인사에
“견딜 만합니다” 그러면 된다
업신여김 당함이 덕과 복이 되려면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이로부터 오는 것이라야
그래서 나를 사랑하시는 분의 마음을 알고
“당신의 남은 아픔을 내 몸에 채웁니다” 라고
(그게 무슨 회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