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유월 초하루
특기사항이나 상기할 것도 없지만
졸업 횟수가 61회라서 매해 6월 1일에 모인다고 연락이 와서
[의혈단원 이활은 수인(囚人) 번호가 64라서 이육사(李陸史)라 했다지...]
“아 이제 유월?” 하며
없는 달력 찾아 확인하게 되었다.
그렇구나, 여름이구나.
흔들리는 것은 흔들림을 멈추지 않을 게야.
그래도 푸름 짙어진 만큼 뿌리도 깊어졌으니
꽃 떨어진 자릴랑 잊어버리고
고정(苦情) 걷고 고정(固定)하시게나.
한번
딱 한번만
그리고 잊기로
그 한번 없어서
성난 헤맴
없어도 되는 줄 알고
그만 자기로
그래도 상모(想慕)는 가시지 않아
들판에 흩어둔 네 이름
냇물에 풀었던 네 얼굴
하늘에 퍼트린 네 기억
더러 꽃으로 피고
유장(悠長)한 흐름으로 나아가고
노을로 퍼지면서
아주 사라지지는 않는구나
갈 길 아득해
그만 걷고 구름 탔으면
멀어 힘들면
오르긴 쉬운가
못 말리는 치기(稚氣)와 덕지덕지 촌티 때문에
눈물 한 방울 똑 떨어지도록 예쁜 천상병이
염치없이 떠들던 그 나이에 나도 이르렀다.
나는 올해 환갑을 지냈으니
젊음을 다오라고
부르짖지 않을 수 없다.
나 자신도 모르게
젊음이 다 가버렸으니
어찌 부르짖지 못하겠는가.
내가 젊어서도
시인이 되겠지만
그러나 너무나 시일이 짧다.
다시 다오 청춘을!
그러면 나는 뛰리라.
마음껏 뛰리라.
-천상병, ‘젊음을 다오!’ (전문)-
또 그랬다.
(에휴~)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오월의 신록’=
청명, 곡우 지나 따는 찻잎은 등급에 들지도 못 하지만...
아직 이렇게 푸른 걸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