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야 제발 그만, 응?
몹시 덥지요?
그래도 어떻게 지나가겠지요.
잘 견뎌내시기를.
여기도 뜨겁기로는 마찬가지지만 지내는 환경은 난 편이니까
제가 위로하는 쪽이 되겠군요.
아침에 산보한다고 나가면 그래도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그래도’가 두 번째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니...}
하늘도 파랗고요.
{저녁때는 보통 100도 넘고요, 그러니까 섭씨 40도쯤 되는 거예요.}
산책길에 한국인이 사는 집이 있는데요, 늘어진 가지가 보도를 가릴 정도라 좀 쳐줬으면 좋았을 것을.
가지가 휘도록 감, 대추가 주렁주렁 달렸는데 익어가는 빛깔 기록하겠다고 카메라 꺼내들면
누가 얼른 나오더라고요. 따갈까 봐 내다보며 감시하고 있었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지 못한 표정으로) 네
-신기해서요... 사진 찍어도 되겠습니까?
-(그건 왜? 인상 팍 쓰고 나서) 네
인사는 늘 그렇게 끝나고, 머쓱, 뻘쭘, 허탈.
나중에 달라고 그럴 것도 아니고... 왜 그리 경계하지?
{나쁘게 생각하지 말자, 사교성 없는 거야 우짜겠노~}
대추 달린 모습 보기 좋지만...
대추 아니라도 맛난 과일이 지천, 한국에서처럼 비싼 것도 아니고...
아 흉보는 게 버릇 되면 안 되는데, 말 나온 김에 인격 자해가 계속되는 셈인데요..
아파트에 운동실이 있어요, 러닝머신 두 개, 다른 기구 몇 개 정도로 작은.
저야 뛰는 건 아니고 민달팽이 기어가듯 시간 끌며 씽씽 쏟아지는 찬바람이나 즐기지요.
{그 정도로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복부지방 감소에 뜻은 두고 있다고요.}
좁은 방에서 실력파와 함께 운동하는 게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사람 없는 때 골라가지요.
어느 날 앗! 한국 여인이 출현했는데요, 굉장치도 않네. 선수예요.
따로 레슨 받고 오래 운동해온 게 분명해, 몸매나 움직임이.
그런데 좀 과하게... 오두방정 수준의 묘기자랑 같아서...
{반달곰 기지개 펴듯, 타조가 발길질 하듯, 클라라 시구하는 동작으로 비트는 준비운동부터 시작하여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하여 돌격하듯 러닝머신 위에서 발 디디는 소리가 펑펑~}
그럼 우린 쫄려서 피하게 되는 거지.
그러면 큰맘 먹고 시작했다가 운동 계속하지 않을 변명을 발견하게 된 셈.
{사진 따로 올릴 거 없으니 ‘특정기사와 무관함’이라는 뱀발과 함께 시원한 푸름이나.}
누가 푸른색이 좋다고 그랬더라? 파랗다고 다 같은 색은 아니니까...
워낙 더워 대강만 가리고 벌러덩 스타일이라면 말이지요...
그랬던, 혹은 그럴 뻔 했던, 아니면 그러고 싶은 연애나 떠올리면서.
그런데 왜 그리 어려우냐?
그게요, 갈등구조일 수밖에 없거든.
좋기만 한 것? 그건 자기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
동질적이라 끌리는 것은 自己愛.
다른데 밀어낼 수 없기 때문에 속상한 채로 청산하지 못하더라고.
내가 소유할 수 없으면 다른 사람도 소유할 수 없으니까 빼앗기는 것도 아니고
떠도는 氣流로 어울리는 동안이 寄留이니까
그렇게 잠깐 묵었다가 아침안개로 사라지듯 하는 거니까
그런 거지, 別離를 아파할 것도 아니지요.
情이라는 게 그렇지 않아서, 에고, 두고두고 생각나긴 하지요.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자코 냉면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