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년쯤 되어
지난날 출몰지역이라서가 아니고
볼 일 있어서 들리게 된 자리에서
일부러 찾지 않았을 사람과 마주치게 되었는데
헤어짐이랄 것도 없지만
못 본지 한 일년쯤 되어
그렇게 만나고서는
건조한 목소리로 안부를 묻고
아주 쿨하게 헤어져 흠 태연한 걸음걸이로 걸어가는데
점점 허공을 디디는 것 같더라니까
뒤돌아보지는 않고 목이 뻣뻣한 듯
시계방향으로 두어 번 반대방향으로 두어 번 돌리고
좀 어질해서 잠깐 가로수에 손대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게 아니구나
“허나 그대 마음에서 편안함 걷히면
그대는 無名氏가 된다”
(황동규, ‘오늘은 아무 것도’ 중에서)
허기져서 헤치고 다니다가 많이 긁혔더랬다
딱쟁이(딱지) 떼고 나니까
스며 나온 핏방울들이 송아리로 맺힌다
허 참
정말 그것 참 이다
나처럼 발자국 없이 걷는 이도 있지만
들렸다고 흔적 남기는 이도 있으니까
‘다녀간 블로거’를 눈여겨보기도 하는데
‘더 보기’까지 눌러 반가운 이름 확인하고는
밀려나가지 말기를 바라지만...
신경 끄는 게 날 걸
이름 흘렸다고 마음 떨어트린 건 아니니까
홀로 서기
You are a big boy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