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2)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백미(白眉)라고 그러나, 고건 정말 빼어났다.
구름이 가는 건지 달이 가는지
둘 다 가는데 빨리 가는 것만 가는 듯 보이는지
그런 입씨름할 필요 없고}
가려져서 예쁜 달
드러나서 뽐내는데
잡지는 못해
멀뚱히 바라보기만 한다.
가는 게
왜 잡지 않느냐고 그런다.
{그게 유혹에 쉽사리 넘어가는 듯해도
마음을 주지 않으니
애초에 잡을 수 없는 것이었는데
잘 웃으니까
많이들 착각하는가봐.}
뜬구름(浮雲)이라는데
가버릴 것, 사라질 것, 허무한 것이라는데
그러면 구름이 매였겠냐, 거기 그대로 있겠냐?
구름은 구름이니까
구름을 구름으로 보면 되는 거지
구름더러 산 같지 않다 할 것 없다.
머무르지 않는 걸 잡겠다고 그러면 흩어지니까
그건 서로 못할 짓이다.
구름이라는 실체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무수한 물방울의 집합체를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비가 되어 내리기도 하고
증발 해체되기도 한다.
내가 널 바라보기보다
네가 날 쳐다보기가 더 쉽겠다만
굽어보는 일 어렵지 않아도 눈감고 있으니
고개 젖혀 우러러보는 일 어렵게 되어
아주 드러누웠다.
그게 눈비비고 나면 변하는 것이라서
몽글몽글한 것 조몰락거리고 싶었는데
식은 육개장에 뜬 기름처럼 재미없이 흩어지기도 하더라고.
노을이 고우면 비올 것이고
몽친 이불솜 돌기로 발기되어 커지거든
“A storm is coming.”이란 경보니까
“아 예뻐라” 그럴 게 아니고
빨리 피하는 게 좋을 걸.
크게 심술부릴 것 같다가도
슬쩍 틈을 벌려주면
금빛 햇살이 와르르 쏟아지는데 (광속으로)
살 맞았다고 아프다는 것들 없더라.
기다리는 사람 기별 없고 또 하루해가 저무니
마른 울음이 속 적시는 저녁이다.
여름밤 짧다지만
황초 한 자루로는 날밤 새우기에 부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