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존고래고기

 

 

(어릴 적 방학 숙제로 내준 일기 같은 건데 공개할 이유도 없고

먼 데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생활 보고 같은 것.)


어떻게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수~토요일에 분당 어느 교회에서 무슨 대회(전략회의)가 있어 가게 되었다.


우와, 대단하구나, 얼마 전에 지었다는 ‘성전’의 공사비가 000억원에 달했다는데

“억~”하며--그렇다고, ‘억하심정’ 아님-- 답답함이 밀려 왔다.

꼭 필요한 건지...

(다음날 아침에 밤꽃 냄새 뻐꾸기 노래와 함께 주시는 말씀이 있었고

대형성전에 대한 분노 같은 것이 이번 기회에 나름대로 해결된 것 같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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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좋은 이들 더러 만났고

사람들을 명백하게 선인과 악인의 두 무리로 나누어

자신은 악당을 처치하는 보안관이라고 생각하는 Rambo도 아주 없지 않았다.

(극우 복음주의자들 중에는 그런 이들 좀 있다.)


어쩌다가 초대받았는지 모를 식탁에 VIPs와 둘러앉았는데

지명도와 반비례하는 철없는 인사가 내 존경하는 은사를 두고

“거듭나지 못한 사람이 그렇지 뭐”라고 비난하는 바람에 나의 꾸중을 들어야했고

그래서 분위기가 어색해지기도 했고.


첫날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인)이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달되었지만

한 분과위원회를 책임지고 있어 몸을 뺄 수 없었다.

입관식은 다른 분에게 맡겼고

어제 발인과 하관 주례는 내가 했다.

천안공원묘지 참 아름답더라.  미국에도 그만한 데 별로 없다.


대회는 끝나지 않았지만 차편도 없고 해서 사무실로 갔다.


좀 있다 전화를 받았는데...

순복음교회 정문으로 7시반쯤 올 수 없냐고.

울산에 주문한 고래 고기가 올라오고 있는 중인데 받아가라는.


시내 주소를 알 수 없어 퀵서비스 배달처를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으로 했다는 얘기.

당산철교를 건널 때마다 국회의사당보다 더 눈에 띄니까 보기는 했다만

막상 찾아가자니까 전철역에서 내려서 한참 걷더라.

그렇게 만났다.

아우와 제수, 아우의 아우, 나 넷이서 십자가 탑 아래에서 만났고

독한 진통제를 쓰다보니 정신을 차릴 수 없어 30년 동안 오전이 없이 살았는데

형님의 격려로 희망을 찾았다는 감사의 말씀과 더불어 사은품 전달식이 있었다.


“이거 귀한 겁니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것은 돌고래이거든요. 

이런 밍크 고기는 소수 단골에게나 알음알음으로 전달되는...

고래 고기는 부위에 따라 백가지 맛이 난다는데...”


불레셋과 전쟁하던 다윗은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물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요즘 표현으로는 ‘육탄 삼 용사’라 할까 세 사람이 적의 포위를 뚫고 물을 길어왔다.

다윗은 생명을 내건 전우의 피 같은 물을 어찌 마시랴 하며 그 물을 여호와께 부었다.     

고래 고기는 드시지 않을 것이다.

(구약에서는 고래를 괴물, Leviathan이라고 여겼다.)

그러니 제단에 바칠 수는 없고 내가 잘 먹겠네.


“이런 귀한 걸 노숙자들처럼 길에서 까먹게 되었구나.”

비에 젖은 벤치를 닦고 둘러앉으려는데 경비아저씨가 나타난다.

(“신성한 경내에서...”라는 뜻일 것이다.)

“그냥 들고 가셔요.  저희는 어떻게 해결하겠습니다.”


인자하게 웃으시는 조목사님의 대형 초상 아래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서울까지 왔는데 대접도 하지 못하고

간첩 접선하듯이 스쳤다가 멀어지게 되었다.

(그들은 그 길로 부산으로 돌아간다.)


지하철 안에서 언짢은 표정으로 쳐다보는 시선도 느꼈다.

젓국이 엎질러져서 냄새가 좀 나긴 했다.


늦어 밥이 없어 고래 고기 몇 점 먹어본다.

(너는 어이해 해체되어...)

거 괜찮네.  몇 가지 맛?  열두 가지밖에 안 되는데...

예전에 그랬지.  “시골뜨기 꼴뚜기 맛 존 고래 고기~”

고맙구나.


사랑하고 축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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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시작인가?

구라파전쟁--그런 말 왕년에 썼지?--인가 험한 날이다.

“이런 날 돌아다니지 말아요”라고 문자 메시지 보내려다가 손이 멎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