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餘震)
짧은 사랑
긴 후회로 남아
강한 그리움 가끔 격발한다.
어떻게 왔냐고는
그저 갑자기 왔다고 하면 될 것이고
어떻게 갔냐고는
미처 못다 읽은/ 책장을 넘겨버리듯이
또...
이미 범람해버린 강물이/ 지루하게 제 수위를 회복해가듯이
(채호기, ‘사랑은’ 중에서)
하여 사랑은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갔다고.
간 것이냐?
예술의 전당 정원에서 분수를 보고 있는데 가슴을 간질이는 진동 모드.
(다른 전화도 있었다. 떠난다는.)
어른들 산소에 비석을 새로 하는데 비명(碑銘)을 좀 생각해달라고 그런다.
생각나는 게 하나뿐인데
(그건 내가 쓸 거였지만...)
Amavimus, amamus, amabimus
(We have loved, we do love, we shall love.)
사랑했노라 사랑하노라 사랑하리라
그럼 된 거네.
사랑 말고는 할 게 없다는 얘기가 아니고
사랑은 일이 아니니까
사는 게 사랑이니까
살며 사랑하며도 아니고
살든지
그러니까 사랑하든지
아니면 죽든지.
푸른 기운과 붉은 기운이 섞이면 불순한 거냐?
어차피 어둠이 삼킬 것인데
풀려 얽히면 어떠냐는.
(서편 하늘을 보면서도...)
놀다간 이들 많아
밟힌 자리 어지럽다 해도
밀물 한 차례에 쓸리고는
새 손님 받겠다고 시치미 떼겠지만
그렇게 뻔뻔하게 지워버릴 수는 없으니까
갈퀴, 가래, 싸리비로 이미 맞고 찢겼으니
그만 봐주자고 하는 게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