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일기 (1)
1
흐뭇씁쓸
그런 거 있어.
(‘시원섭섭’이라는 말은 다들 알잖아.)
자라서 떨어져나가는 자식이나 제자 같은
그것들이 때 되어 떠나는데
(그러니 뿌듯하고 안심할 일인데)
막상 인사 없이 돌아서는 것 보고는 야속함도 있어...
생김새가 있으니까 안 보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 업슨 靑山이요 態 업슨 流水로다”라고 그랬는데
(청산이 말이 없느냐 그건 오늘 말하지 않겠고)
그럼 그건 빤히 보이는 걸 잡을 수 없다는 얘긴가?
가만있어도 담을 수 없는데
흐르는 것은 더 그렇겠다.
그러니 이렇다 할 수 없어-把握이 안 되니까- ‘태 없는’이라 그런 모양이다.
그런 게 울리더라고.
그래서 울린다는 게 아니고
울고 나서 뭣 때문에 울었는지 모르는
울고 싶은 느낌이 먼저 있어 뭔지도 모르면서 울게 되었다는 얘기.
뭔지 모르면 아무것도 아닌데
제까짓 게 왜 울려?
울리긴
제가 운 거지.
제풀에 “나를 울게 내버려두오”(Lascia ch'io planga) 그러는 거지.
“明月이 滿空山하니” 그래봤자.
응, 흐뭇씁쓸.
2
창립하고 15년이 지나 제 건물 한번 가져보자고
내일 기공식 하기로 예정되었는데 비가 내린다.
장마가 시작된 모양인데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려나...
(내게는 많은 다른 것들이 그렇듯이 33년 만에 처음 맞는 장마철.)
나는 하늘을 여는 기도는 해보았는데
뚫린 구멍을 막을 줄은 모른다.
살살이나 내리지.
작작 해대지.
얼마나 갈까?
하룻저녁쯤은 “더 세게 때려다오” 모드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만”이 맞을 것이다.
구질구질
요즘은 그거 아니니까.
딸이 말배우자마자 부르던 노래...
Rain rain go away
Come again some other day
We want to go outside and play
Come again some other day.
비와도 축구 합니다.
국가 연주 중.
3
“고생하는구나” 그러자 울었다
울리자고 그런 건 아니다
울고 힘내기 바란다
그때 해주었어야 할 말
늦은 줄 알지만
아직도 유효한지에 상관없이
그러니 무슨 대답을 기대해서도 아니고
그저 그 말은 하고 떠나야 할 것 같아
너무 늦게 이 말 하게 되어 미안한데
... ...
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