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다녀왔는데

 

 

그게 그렇다.

뭐가 그러냐고?

그걸 뭐라고 말하기가 뭣하다는.

거시기가 거시기하다는 데야 할 말 없는 거지.

그 뭐더라 만해의 詩題말일세, ‘알 수 없어요’까지 나아가는 게 아니고

너 알고 나 아는데 말로 하자니 좀 그런,

누가 “C'est la vie!” 그러면 세부사항에 다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고개 끄덕이듯이

누가 “그게 그렇다” 그러면 뭔 얘긴지 캐묻지 말고 얼른 “정말 그러네”로 대꾸해주면

‘우린 서로 이해하는 동지 관계’라는 가상의 作黨이 가능하다니까.

 

‘그게 그렇다’는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한데

꼭 집어 말하자면 이렇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지만

그게 내 感이지 論은 아니니까 공감 표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열 올리며 반론 펴는 이는 예뻐 보이지 않더라는...

그러니까 그냥 넘어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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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거기 그대로 있는데

기억 속에 덧칠을 많이 한 그림과는 생판 다르더라?

그런 경우가 많지.

그럼 그대로 있었냐?

아니던데.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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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한 그루가 남아있냐 없냐가 아니고

전체적으로 이게 아닌데, 느낌이 이렇지가 않았는데... 해서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려뇨.

 

  

“그게 그렇다”는 말 어떤 뜻인지 밝힐게.

그냥 그대로 있는 건 없더라는 얘기.

거기도 바뀌었고 나도 바뀌었고.

나는 나니까 내가 바뀐 것 잘 알지 못하나, 그건 그때 그것 아닌 게 분명하네.

그래서? 서운해. 많이.

 

{나 지금 산천만 두고 하는 말, 사람이나 인정이야 뭐...}

 

 

나한테 알리지도 않고 그렇게... 정 끊자는?

섭섭해도, 화내도 할 수 없고, {때 되면 그때 만나게 되겠지}

돌아온 지 며칠 됐네, 이제서야 잠깐 다녀왔다고 밝히는데...

나는 나대로 거기 또 안 가도 될 것 같은 씁쓸함

꿈엔들 잊히리야? 끝!

{그거 알아? “Non t'amo piu” 했다고 아주 끝난 건 아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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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내 고향이랄 만한 데가 남아있지 않아서

‘시인의 고향’을 찾아보게 되는데

그때 그 시 나오던 자리에서 지금도 그런 시를 뽑을 수 있을지?

그 시인 그대로 환생했다고 치고 될 법한 얘기가 아니지.

휴, 쯧, 쩝, 에휴, 에휴, 에휴~~~

 

옥천, 육영수 생가 보러 간 건 아니고, 있잖니? 넓은 벌 동쪽 끝으로...

그 ‘鄕愁’는 천지에 널렸던데, 으앙, 이제 내게서 향수 가셨다.

뭐니 그게, 생가라고, 문학관이라고 해놓은 게?

미용실, 식당, 정미소, 푸줏간 할 것 없이 시 한 줄 정도는 발라 놓았더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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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내가 자란 거겠지. {흠, 늙으면 다시 애라니까...}

그러니 유년 상실 이후 유년에 담았던 고향이 남아있을 리 없지.

 

별똥 떨어진 곳

마음해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이젠 다 자랐소

 

 

조금 돈을 더 들인 곳도 있긴 한데, 형편은 별로 나아 보이지 않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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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심한 건 오누이 시비? 그게 뭔데?

문학관 같은 건 아예 없고 고향이라고 詩碑 하나 세우긴 했는데, 어느 석공의 솜씨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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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郡內에 새마을운동의 출범지라고 신거역 마당에 동상이 하나 섰는데

그래도 조금 괜찮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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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찬찬히 살펴보니 달라진 게 있다?

첫눈에 알아보겠던 걸.

없어져 다시 못 보는 건 그렇다 치고

남은 것도 바랬음을, 해졌음을, 매력도 그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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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순례하듯 갈 기회 닿으면 들르던 곳들, 응 이게 아닌데...

含月山에 기대고 선 절, 비밀의 정원이라고 할 만한 곳에 도라지 밭, 蓮池 다 사라졌더라.

서출지에서 연꽃 보지 못하고

개구멍 터놓듯 한 남산으로 오르는 작은 길 용케 찾아내어 올라가는데

낙차 그만하면 보기 좋은 폭포쯤 되었을 물줄기들 마르고 조릿대 잎은 누렇게 되어 떨어지는데

흙먼지 풀풀 날리며 가다 보니... 물이 없잖아? 물 한 병이라도 차고 올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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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사진은 삼년 전에 찍어 두었던 것

 

 

안 좋을 때 간 거지.

중부지방에 45일 내내 비 내리는 동안 남쪽에는 먼지잼조차 없었다니...

땅의 신음과 괴로워 몸부림침을 보고 들으면서 불평?

만물의 피곤함을 우리가 아노니.

그런데 그 분은 철이 아니라 열매를 달지 않았던 무화과나무를 왜 저주하셨을까?

{아무리 시장했더라도 말이지.}

 

 

애틋한 마음으로 다시 찾는 일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선언하려던 거였는데

마음이 본래 그렇잖니

건너온 다리 불사르고 棧道 파괴했다고 그러면서도 돌아갈 길 남겨두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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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순천쯤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내리고 싶다고 내릴 수 없어 지나치는 곳

곡성이나 남원 근처에서 에잇, 뛰어내려봐?

落法으로 몇 번 구르고 나면 지리산 자락에 등 기댄 꼴이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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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핑계를 만들고 그리움이라는 炸藥이 큰 사고 칠 만큼 裝塡되면

또 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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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에서도 견디기 어려운 여름이었나, 중들이 공부 안 하고 단체로 피서 간 모양.

빈 절 지붕에 자란 풀들 뽑아줄 손도 없는 데 와서 불목하니로 남은 세월 보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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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그러기에 “응~” 그랬다.

{물을 것도 답할 것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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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금이 아니고 동백 씨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