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2)

 


(너무 시끄럽다. 

이건 무저항의 저항이다.

들리지 않으니 린치도 당하지 않을 것이다.)

 

 

AA2[3].jpg

 


푸르다고 아주 푸른 게 아닌

쪽빛 아니라도 탁하다고 할 수는 없는

뒤가 비칠 것 같은

손가락으로 찌르면 들어갈 것 같은

아무래도 못 알아들을 것 같아 “그냥 그런 게 있어”하고 넘어가려는

아 참 초정이 ‘백자부’에서 이름직한 ‘영청(影靑)’이라 그러면 되겠네.

거기다가 몽정이랄까 에그 망측해라 계란 흰자위를 풀었다고 그러자.

그렇게 엎질러 놓았으니 하늘인 줄 아는 거다.

푸르기만 하면 하얗기만 하면 공중만 있지 하늘이 어딘지 모를 테니까.

 

 

AA1[4].jpg

 


청운?  그런 건 없으니까 청운지지(靑雲之志) 품지 마.

[누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묻거든

“바라보는 게 좋기에 더 내려가겠어요.” 그러라고.]


그 아래는

온통 청태(靑苔) 빛깔이네.

아직 순한 것들은 청대콩(靑太) 빛깔이라 할까보다.

 

 

AA5[1].jpg

 

             AA6[2].jpg

 


(아 감꽃 얘기한다 하고선...

나이만큼 말이 많아진 거다.  집중하지 못하고 삼천포로...

또 말실수.  박재삼 보러 간다니까요.)

 

 

AA10.jpg

 


논문 쓰는 것 아니니까 이름 다 읊을 것도 아니지만

‘감꽃’이란 시를 쓴 이들 몇 대자면

고은-에휴 앞에 나왔구나-, 도종환, 송수권, 장석남, 김만수, 강우식, 엄용진, 복효근

맹문재, 박천호, 홍윤숙, 정한모, 김순영, 양문규, 정윤천, 이재금, 이규배...

(이상 무순, 에고 그만 하자.)


감꽃이 뭔데? 

별거 아니라서 좋구나.

매화 그건 선비들 차지.  배꽃 징허요.  벚꽃?  “아 좋구나”하고 보면 이미 사라진 것.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아니고(라 할 수 없지만)...

감꽃? 만으로 좋고도 남을 건 아니지만(워낙 볼 것 없으니까)

그래도 잎, 나무, 열매 합치면 그만한 게 또 어디 있겠나.

 

 

AA9[2].jpg

 


애잔, 아련한 기억, 아님 산뜻 삼빡, 그런 것 말고

도시에서 보는 감꽃은 이럴 게다.


    곡우 다음날

    차 앞유리에 박힌 감꽃 하나

    고향집 작은어머니 잘 담그시는 우엉 깍두긴가 싶어

    쓸어내지 않고 나는

    입술로 자근

    입천장으로 자근

    두 번 씹어본다


     -박태일, ‘감꽃’-

 

 

AA12.jpg

 


맞아, 감꽃 먹는 거야.


    마당엔 미처 열매 되지 못한 감꽃들이 나뒹군다

    아우와 나는 감꽃을 주워 먹으며

    햇빛 속을 걸어간다

    길들이 혈관 속으로 들어와 흰 꽃이 된다


    그때마다 내 혀끝에서 문드러지는

    농익은 슬픔


     -장석주, ‘감꽃’-


 

이상하다 감꽃이 왜 슬픈 거지?


    우리는 많이 떨어져라 차기도 하며

    실에 꿰고는 했다

    마른 쇠똥이 개떡처럼 널렸고

    유년은 늘 그렇게 감나무로 서 있다

    병아리 다투어 감꽃 쪼던 날

    또래에서 가장 먼저

    쌀가마니를 들어올린 세환이는

    교복을 찢어버리고

    영월 산기슭 탄광으로 가더니

    무너져 내린 막장에서 그대로 석탄이 되었다

    몇 푼의 목숨은 아버지 약값으로

    백미산 구릉 따라가 묻히고

    남은 식구들은 송아지 팔리듯

    부천으로 옮겨갔다

    감꽃 목걸이 만들어주던 세분이

    봉제공장에 다닌다더니

    제대하기 달포 전

    애를 낳았다 하고는 소식을 끊었다

    세환이네 빈집 터 감나무 베어지던 날

    주워 꿰는 아이들도 없이

    감꽃 자꾸 떨어지는 것을

    흙먼지 속에서 바라보고 서 있다


     -정기복, ‘감꽃’-

 

 

AA11.jpg

 

 

감꽃이 슬픈 게 아니고

감꽃 떨어진 자리 따라가면 옛집 가는 길 되는데

가면 그렇잖아

다 지운 줄 알았는데 살아나는 기억들이 다 그런 거잖니


그렇지만 너

조약돌 살살 뿌리며 왔으면 모를까

감꽃 살피다가는 돌아가지 못할 걸

산새들이 먹어치운 지 언제라고

(‘헨젤과 그레텔’ 동화 연상)

 

 

AA4[1].jpg

 

 

 

삶은 World Cup에 담지 못할 만큼 큰데

왜 이렇게 미쳐 돌아가는가?

‘붉은 악마’라니?

감물 들인 갈옷이나 모시 적삼 입은 애들

시김새 잔뜩 들어간 소리에 추임새 함께 넣으며

덩더꿍 덩더~ 어화 좋구나

그런 대동굿으로 하나 될 수 없을까.

 

 

                                                AA7[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