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대추나무골, 잣나무골, 등 나무 몇 그루 모여 있다고 마을 이름을 그렇게 붙이기도 했지만
밤나무는 도처에 깔려 있어서 “아 거기 가면 밤나무가 많지...”랄 만한 데가 따로 없었다.
뒷동산 밤나무들이 울안으로 가지를 뻗어
덮어놓지 않으면 우물로 알밤이 후두둑 떨어지기도 했다.
고국 나와서 여름 맞으니 밤꽃 냄새 확 들어온다.
그게 어떻다고 말들이 많지?
좀 비릿해서 어찔하지만
왕년에 PX에서 흘러나온 젤겐스 로션 냄새 괜찮았으면
견딜만할 텐데...
물소리 옆에 끼고
산길 오르는데
밤꽃 향기
확!
몰려와
길을 막고 유혹한다
망초꽃
노란 속살이
민망한지 숨을 멎네
-김영제, ‘밤꽃 향기에 혹, 했을 때’-
불편한 일 더러 있지만
딱지와 구슬 넣어두던 유년의 상자를 되찾은 기분으로 산다.
몇 년 더 머물면 한국과 해외에서 산 햇수가 얼추 빅수가 될 것이다.
이제껏처럼 세월은 잘 흘러갈 것이다.
갈수록 더 빨라진다고 그러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