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빨리 돌기
고국에 들어오고 다음날 산소에 들렀고
그 다음날은 광복절인데 이른 아침 울산행 KTX 열차를 탔고
내리는 대로 영남 알프스(?) 둘러보기.
광복절이라 얘긴데...
光復? “빼앗긴 땅과 주권을 도로 찾음”이란 뜻은 나중에 갖다붙인 게 아닐까.
解放節(Liberation Day)이나 獨立節(Independence Day)이라 그러는 게 어떨지?
광복절의 노래 말인데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감격? 그렇다 치고...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 감격을 누리지 못하고 가신 순국선열들 얘기일 거라.
2절 외워 부르시는 분? 정치인들 중에는 노회찬 정도 그럴 수 있을지?
꿈엔들 잊을 건가 지난 일을 잊을 건가
다 같이 복을 심어 잘 가꿔 길러 하늘 닿게
세계에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
힘써 힘써 나가세, 힘써 힘써 나가세
국경일의 노래들은 몽땅 爲堂 鄭寅普 선생이 지으신 노랫말로 채택되었는데
뜻 좋지, 가사 간결하지만...
이제 와서는 좀 그렇지 않은가?
제헌절의 노래만 해도
비 구름 바람 거느리고 인간을 도우셨다는 우리 옛적 삼백 예순 남은 일이
뭥미???
桓雄이 風伯, 雨師, 雲師를 거느리고
농업과 치병과 선악의 판별 등 360가지 인간사를 관장하여 세상을 다스렸다는 얘기일 것이다.
단군사상 좋은데... 지금 세상에 뭔지 모를 얘기를...
하늘 뜻 그대로였다?
治理의 근거인 實定法이 곧 하늘 뜻(Divine Law)이라는 얘기는 서양에서도 줄곧 해온 말이지만.
옛길에 새 걸음으로 발맞추리라
法古創新이라는 뜻이렷다.
공연한 시비가 아니고...
바로 “옛길에 새 걸음으로”를 뽑아내는 불필요한 우회였던 셈.
발맞추리라? 누구와? 혼자 가는 길인데.
촌스러운 리듬이 떠나지 않는 바람에 반복해 부르며 장난치듯 걸었다.
거기 옛길 더러 남았거든.
큰길 나고 석남터널 뚫려서 옛날 같지 않지만
가지산, 간월산 일대에 장구만디, 선진재, 긴등재 같은 잿길들이 있고
힌디기, 새지미 같은 독가촌 흔적도 남았고, 박해 시대에 천주교인들이 살던 살티 마을도 있다.
{교통량과 물류 확대로 터널은 불가피하다 치고
사자평 억새밭 보러 가는 사람들 편의를 위해서 꼭 케이블카를 가설해야 되는지?
지리산에 연접한 모든 시, 군마다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그러니...}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 거기 꼭 가야돼?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 거기에는 길이 없어서?
뭐 백두대간 대장정이니 그런 집단행진들 있는 모양인데, 그건 좀 그렇더라.
{그게 우경화와 군사문화 부흥의 조짐은 아니겠지만...}
나는 이 길 걸으려고 태평양 건너왔다.
열네 시간 넘도록 일반석 타고 오는 동안 아이고, 꼬리뼈야~
그래도 여기 좋다고 찾아왔다.
하루에 다 갈 수 있는 길이 아니고, 속살 확인하듯 일일이 들를 수는 없고
에고, 기록적인 더위라나 그런 철에 왔으니...
뭐 가는 데까지 가고 걷는 만큼 걷는 거지.
청도, 거기 좀 그렇더라.
역 앞에 늘어선 추어탕 집들, 그 중 괜찮다는 데 찾아갔는데도...
밀양, 그게 참 묘한 데라서
큰길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아니 이런 데가 다 있다니” 싶은 곳이 널렸더라고.
萬魚寺 올라가는 길이 그리 험하더니만, 바드리 마을이라, 무슨 이름이 그래?
호기심에 당겨 올라가는 길이 에고, 崎險타.
고랭지 사과, 채소 재배하는 농가 몇 채, 경치 좋은 곳에는 요식업소가 들어옴을 피할 수 없는데
딱 마을이 어떻다기보다는 내려다보는 경치가 괜찮더라고.
땀 좀 더 흘리면 백마산, 776m이지만 둘러보기 좋은 곳이라서 올라갈 만하데.
표충사, 얼음골, 호박소, 그런 데는 공휴일에 몰려온 이들 피하느라고 패스.
저녁은 언양에 있는 무슨 찻집에서 들었다.
名人 반열에 들어가기에는 아직 좀 그런 모녀가 차, 다과, 연밥 등 내놓는 집
마당 조그만 웅덩이에 국내에 남아있는 유일의(?) 경회루 연이라는데 꽃철 지나 연실만 보았다.
커피는 울산 시내 들어가서.
엘리자베스 여왕 訪韓 時 제가 대접했다며 그 때 그 블렌드로 내놓은 것 맛보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