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가
고속도로 휴게실
일없이 오래 앉아있다.
아주 가지 않을 것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머문 자리가 아름다울 사람 많지 않을 것 같아.
사향노루 지나간 풀밭에서 사향 냄새 난다고 그러더라만.
세상에 와서 한 일이라곤 싼 것뿐.
들어갔으니 나왔겠고
먹자면 일해야 했지만
정말 한 짓이라곤 뱉는 일뿐이었다.
(다들 그렇지 뭐.)
설마 아주 간 건 아니겠지만
소강상태인지
모처럼 쨍 볕 난 오후에
탈출을 감행한다.
태풍 이동경로를 역추적하며 피해상황을 시찰하다.
이렇게 하루 나가네만
나 없어도 서울 괜찮을지...
땅거미 내릴 무렵 광대한 저수지 건너편 외딴 함석지붕 집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흩어진다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오, 저것이야!
아직 내가 살아보지 못한 느림!
-장석주,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내 걸음이라는 것이
사는 모습이라는 것이
악상기호로 치면 뭐라고 할지?
한번도 뛰어본 적이 없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아니지만
Largo
그렇다고 마냥 쳐지면 안 되니까 ma non troppo를 붙이자.
Grandioso, maestoso라면 누워있던 소가 웃겠다.
Calmato, comodo, dolce.
그리고 더러 dol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