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못하고


반란은 평정되었고

탈출은 저지되었으며

서울로 압송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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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지 않다'고 진통제를 들지 않으시다가

입원 치료 끝에 새 처방전에 따른 진통제가 잘 듣는다고

사나흘 잘 견디시더니

밤낮으로 고통을 호소하신다.

아 그 아픔

겪지 않는 자가 보기도 듣기도 싫다고 한다.

(실은 나도 부축해드리다가 허리를 삐끗했으나

같이 아플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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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Van Gogh)

 


좀 떨어져 있고 싶었다. 

꼭 내가 가야 하는 일은 아니지만

알리바이 같은 게 필요해서 떠난 출장이었다.

무리한 일정이지만 사흘 일 하루에 해치우면

강진 해남 장흥 영암으로 돌고 올라올 마음이었다.

‘목포...라서 낙지’ 보통 그렇게 되는 얘긴데

입에서는 받지만 위에서는 거부하는 신(辛).

그래서 복통으로 시작했고

다음에는 요통이 도져 한잠도 못 잤다.

별세한 암 환자의 침상에서 주운 Vicodin이 몇 알 있기는 하지만

소아과의사인 딸 말로는 narcotic 류이니까 안 드는 게 좋겠다고.

그렇게 하룻밤 앓고 그냥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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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Picasso)

 

 

가긴 어딜 가

어른 곁이나 지키지 않고.


아슬아슬했을 때조차 아무 일 일어나지 않는 오영수 소설 같은 것

(‘갯마을’ 해순이 얘기 말고...)

남녀가 단둘이 한 방에 오래 있었는데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니까

그런 일탈은 피곤하기만 하다.


저지르지 못한 거지.

먼 나라로 갔던 탕자 같지 못해서

마을 끝까지만 갔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돌아온 거지.


그렇게 나는 끊지 못한다.

잘 드는 칼 품고 다니면서도

베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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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장태묵)


 

버렸다고 그랬잖아

뭘 아까워 해


떠났다면서

뒤돌아보긴


잊겠다고 그랬지만

아직은 아냐

 

(으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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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 젖은 길이라도

같이 다니면 좋겠다고

(막상 같이 가다가는 혼자 나오지 못한 걸 후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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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비에도

열기 남아

김난다.

부풀었지만

주지 못해

젖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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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개인 하늘 구름이 풍만하다.

물기 많이 머금어 좀 무거운 듯하지만

금방이라도 쏟아낼 것처럼 위협적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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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지 못한 일

해보긴 했으니까

후회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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