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도에서
밤에는 서늘함을 넘어서 한기까지 느껴진다면서요?
{돌아서면 그럴 수도 있는 거구나.}
“여름휴가 때 외국으로 나돌 궁리하지 말고 국내에도 좋은 데가 있으니...”로 MB가 추천했던 금오도
{그는 가보았을까?}
기온이 체온과 같은 날 갔다.
좋다.
전망 좋은데, 그렇다면 그늘이 없다는 얘기.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그래, 좋구나.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돛단배 어디 있을라고.
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마련해 두었지만, 입고 다니게 안 되더라.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내가 그 꼴.
{육사 시인께 죄송하다고 말 전해주게.}
더위와 탈수로 졸도할 지경.
바쁜 일정에 전 구간 다 걸을 수 없어 비렁길 1, 2 코스만 걷기로 했다.
안내도에는 1코스 함구미-미역널방-송광사 절터-신선대-두포 5 km (2시간 소요)
2코스 두포-굴등 전망대-촛대바위-직포 3.5 km (1시간 소요)라고 되어 있다.
3시간? 그건 유소년과 부녀자를 포함한 일반인에게, 나는 최소한 15분쯤 단축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었는데
워낙 더워서 빨리 걷기가 어렵기도 했겠으나, 아하 내가 ‘노약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건가?
두포에서 물 한 병 사마시며 10분쯤 쉰 걸 포함, 3시간 20분 걸렸다.
아무래도 3시간 30분은 걸리는 코스로 봐야 할 듯.
백야항에서 예정보다 늦게 떠나는 바람에
함구미에서 내려 직포에서 떠나는 배편까지 4시간 간격을 두었던 것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직포항으로 들어오는 배를 보고 뛰어 내려갔으나 역부족, 포기해야 하나? 그러는 중에
동네 길가에 세워둔 차를 보고 사정했다. “좀 드릴 테니 어떻게 좀...”
300m쯤 타고 만 원 지폐 내밀었는데 그냥 집어넣기에 “오천 원 정도로 하지요?”
금오도 좋아. 그렇지만,
딱 그것 하나 보고 여수까지 갈 건 없다.
뭐 난 여수 좋아 하니까.
며칠 머물게 되면 순천, 고흥, 보성, 장흥, 해남, 강진 등 함께 묶을 수 있으니까.
麗水만 아니고, 旅愁, 餘壽, 餘數-그러니까 count-down 하면서-, 黎首? 우리 다 그렇지 뭐.
저녁에 없는 사람은 이렇게나마 자기를 위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