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요
병원에서 돌아와 쓰는 일기.
나도 아픈 흉내내보자.
듣는 사람 없을 때 신음 한번 내보자.
준설(浚渫)한지 오래 되었나보다.
하상(河床)이 높아졌는지
조금만 불어나도 이내 범람(氾濫)한다.
내 마음의 침전물 치우지 못해서
자주 넘친다.
(마른 땅 골라 다니는 너를 적시고 싶어.)
오늘은 어제와 다르다.
(아 그럼 하루가 갔는데...)
오십 년 전과 흡사한 모습 보면서 감개무량 수위에 육박하다.
그때도 저렇게 잠기고 떠내려갔거든.
{모래내-지금 가좌역 근방- 다리 위에서 살려달라는 소리 지르기에는 너무 지친 사람이
그냥 물살에 떠밀려가는 걸 보기만 했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라는 소리 듣고 싶은 걸까?}
교통통제구역인 안양천 목동교-성산대교를 싱싱 달리며 장강(長江)을 굽어보다.
(특권층? 아니고 구급차를 탔거든.)
실려 가시는 어른의 보호자 칸에 앉아 내다보다가
‘돌아오지 않는 강’이라는 말로 전깃불이 켜지다.
돌아오는 강도 있냐고?
강은 거기 있고
물은 흐르고
흘러간 물 돌아올 리 없지만
밀어낸 물 채워져 늘 그런 듯이 보인다.
중섭은 왜 <돌아오지 않는 강>이라 그랬을까?
현해탄 너머 있는 아내를 그리워한다고 치고
거기 무슨 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하, 마릴린 몬로가 나온 동명 영화가 그때 조선에서 상영중이었지.
There is a river, called the river of no return.
Sometimes it's peaceful and sometimes wild and free.
Love is a traveller on the river of no return,
Swept on forever to be lost on the stormy sea.}
아, 대향! 그런 게 그리웠던 게구나.
아침엔 짝 있어도 좋고
없으면 더 좋다.
한낮 -
같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오후가 되면 찾아야 하고
황혼에는 꼭 같이 걸어요.
엠마오로 가는 길
“이젠 날도 저물어 저녁이 다 되었으니
여기서 우리와 함께 묵어가십시오.” 하고 붙들었다(눅 2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