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빛
장마 이후
큰물 있는 데 안개 머물고
구름 닥치면 비 뿌리고
그래야 축일 물 씻을 물 생기니까
날씨 두고는 이렇다 저렇다 할 것 없고
그저 “감사합니다” 그러라고.
언제나 쪽빛 하늘이면 큰일이게?
먹구름 때문에 기뻐하고...
장마 지나가니
바다로들 가리라
오.오.오.오.오. 소리치며 달려가니,
오.오.오.오.오. 연달아서 몰아온다.
-정지용, ‘바다’-
가지 못하는 이도 있겠고
그대 아청빛 눈동자에 고인 하늘을
나는 날마다 표주박으로 떠마신다
-이가림, ‘아청빛 눈동자’-
{그렇다는 거지
얼굴이 그려지지 않는데 눈빛까지?}
빛 다음에 오는 빛
아니 거기 있었는데
내가 눈감았다가 뜨면서 다시 보게 된 빛
물 많이 먹었으니
초록 더욱 짙어지고 부풀어 넘쳐나는데
진물 흐르는 가슴에서
갈매빛 토해 조금 보탠다.
(풀물은 풀빛 아니고
꽃잎 짓찧었다고 꽃 색 얻을 게 아닌 줄 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