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 생선(詩) 몇 마리에서 살 한 점씩 떼어 맛본다.}
혜산(兮山)은 그랬다.
당신이 당신이신 당신 때문입니다
(박두진, ‘저 고독’)
(에이 모르면 관두고... 사람이 사람이면 사람이니까.)
그렇게
“당신 아니면 저는 없습니다”라고 고백하고...
떠나와서 그리워지는
한 강물이 있습니다
(나태주, ‘떠나와서’)
그러면서
눈물 반짝임으로 저물어가는
여름날 저녁의 물비늘
을 끼워 넣었다.
(아휴, 고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마종기, ‘우화의 강 1’)
그게 와디(wadi, 乾谷) 같아서
우기에는 사납게 쓸고 가지만 평시에는 말라있더라는.
그저 축일 정도만큼이라도 흘러라
아주 조금씩이라도 그치지 말고.
늘 그리운 거야
겨울에조차 흐름이 있는.
관계를 관리하면서 사랑하지 않는
상실이 두려워서 소유하지 않는
그런 쾌활한 우정?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 ...)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아휴, 딱 조병화...(‘공존의 이유 12’)
알고 지내던 누군가의 죽음
너무 흔한 일이라서
그를 잊듯 내가 잊혀질 게 너무 뻔해서
말지 차라리 말지
잃을 것 잊을 것 첨부터 관두지
지금이라도 관두자 할 게 아니고
죽는 날까지 사랑하며
사는 동안 사랑하며
그만큼 아프고
아픈 만큼 산 것이고
아픔 끝나는 날
삶과 사랑이 같이 가고.
Jeannie는 반달을 이렇게 노래했다.
誰斷崑崙玉 (수단곤륜옥)
裁成織女梳 (재성직녀소)
牽牛一去後 (견우일거후)
愁擲碧空虛 (수척벽공허)
견우가 떠나고 나니
곤륜의 옥으로 만든 빗도 직녀에게 소용없어 (가꾸어 무엇!)
하늘에 던져버렸다는
(그게 반달이 되었다는) 얘기.
{그대는 명월(明月) 아냐?
물론 이울겠지만
지금은 울어도 환하다.}
봐주는 이 없어 가꾸지 않듯이
들어줄 이 없어 거문고 줄 끊듯이
그렇구나
재미없구나.
그래도 진이는 또 그랬다.
(날 새자면 나눌 시간 좀 남았네...)
明朝相別後 (명조상별후) 내일 아침 서로 헤어진 뒤에도
情與碧波長 (정여벽파장) 사랑은 푸른 물결과 더불어 장구히 흐르리
“미라보 다리 아래”로 시작하는 옛적 학생들의 애송시가 있었지.
L'amour s'en va comme cette eau courante
L'amour s'en va
Comme la vie est lente
Et comme l'Esperance est violente
강물이 흘러가듯 사랑도 가버린다
사랑은 가버린다
얼마나 인생은 느리고
또 얼마나 희망은 강렬한가
그게 “얼마나...”의 영탄조로 나아가야 하는 건지?
뜻은 이런 것일 텐데...
“삶의 아픔은 치료가 더딘데(indolent)
사랑의 기대는 마구 용솟음치고 자라난다”는.
(시험 보는 것도 아닌데 내 맘대로지 뭐.)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까지가 잘 되지 않겠지만
장마 지나면 ‘때 묻은 베갯가의 꿈’도 빨아 널고.
비가 그치질 않네?
오래 많이 왔는데
비린내 곰팡내 같은 것 없고
만복(滿腹)의 초목은 트림한다.
그래도 사람은 빼앗긴 기분.
그냥 이씨로만 전해지는 여인의 시.
愛此梧桐樹 (애차오동수) 이 오동나무를 아끼는 뜻은
當軒納晩凉 (당헌납만량) 해 기울 무렵 마루에 서늘함 드리우려함인데
却愁中夜雨 (각수중야우) 도리어 근심어린 밤 비 내릴 때에
飜作斷腸聲 (번작단장성) 나부껴 애간장 끊는 소리나 내는구나
비가는 비 오는 밤에 부르는 노래이다.
인편에 부치려는데 재촉하는 바람에
두서없이 되고 말았다.
{다시 뜯어 고쳐야 할지...
復恐悤悤說不盡 行人臨發又開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