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나는데


친구 없지만

꿈속에서는 괜찮은 이들과 교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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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Clara Haskil)는 그렇다 치고

하나(Hannah Arendt)는 왜 나타났을까?

용서와 수용을 훈수하려는 것일까

주면(for-giving) 얻는다(for-getting)는?

{체제와 시대에 대해서는 맹렬히 분노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한때의 관계는 그토록 오래 고운 눈으로 지켜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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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자지도 못하는데

콜비츠(Kathe Kollwitz) 제작 군상(群像)이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에구, 몰골은 흉악해도 다 사랑의 대상이라고 그랬는데도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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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했지만

동텄고 해났다.

 

 


주일이라 그런가

인민공화국 행진곡 같은 노래들이 다른 날보다 크게 나온다.

선한 목자의 인도하심을 받는 양들이 원행(遠行)하는 날.

(그런데 왜 좁은 길로 가지 않을까?)

한 마리 잃은 양이 한숨쉬는 날.

(어디론가 가긴 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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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안 들고 바람 안 통하는 구석에서 아침을 들다.

빨래가 마르지 않으니 온통 쉰내다.

(수건, 행주, 속옷, 시트...)

거기에 보태 다른 냄새들

골치 아프다.

음악 들으며

깨끗한 그릇에 크레이프와 커피를...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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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파일 없는 이름을 되뇌며

일어났다.

 

어디로 가지?

해는 났는데...

마르지 않은 방울들 가끔 후드득 떨어지는

단지 내 공원 테라스에 앉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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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올빼미는 땅거미 짙어지고서야 날개를 편다”고 헤겔이 말했지.

그건 철학은 지나간 것에 대해서 반추하는 추고(追考 Nachdenken)란 뜻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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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렇지 뭐.

상실 때문에

(동경을 포함할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부재(不在)로 인하여 존재가 형성된다는

(뭐 있었지만 인식하지 않았다는 말이 맞겠지만)

황당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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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the Kollwitz, 'Nachdenkende Frau') 

 

 

안 그래?  장미가 지고서야 그 아름다움을 아노라는.

사랑의 슬픔이라는 구름에 가려있는 한

사랑의 기쁨이라는 해가 거기 있는 줄 알겠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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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르라미 우는 소리가 공해 수준이다.

장마 때문에 (노래하지 못했으니) 한 이틀 더 살기로

개인 날 노래라도 원 없이 불러보고 가겠다는 거니까

너무 흉보지 말자.

절창(絶唱)은 잘 불러서가 아니고

마지막 노래라는 뜻.


사랑하기에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암, “일찍 보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래야지.

욕심 때문에 마냥 붙잡으려는 못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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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는 가고

싹싹하게 해나기로는 첫날

내게는 “곳에 따라 오락가락”이 적용되는지...


그래도 싸왔으니까 까먹자.

(“시는 소설만큼...”이지만, 그래도 타라 농장 여주인 같은 할머니께서 싸주신 김밥.)


    뭐가 외로워

    조금도 외롭지 않다

    뭐가 슬퍼

    조금도 슬프지 않다

    괜한 어리광이었어


    저기 됫박쌀 봉지 들고

    씩씩하게 가는 늙은이가 있고

    저기 목발 짚고

    씩씩하게 걷는 소년이 있고

    비에 젖으며

    날아가는 백로가 있다


    나도 밑바닥 세월 속에선

    참 씩씩했었다

    일체중생 모두 고달픈 것을

    나 또한 중생의 하나이니

    슬퍼말아라


     -박경리, ‘씩씩하게’-


 

이제 물 많이 먹은 나무들처럼 자라기만 하자.

(때 되어 잎 떨어지는 건 지금 생각할 필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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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지 않으려나 살피는 게 아니고

하늘은 늘 바라봐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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