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일기 1

 

조금 서늘해지니까
한여름 누렇게 타고 끝이 말렸던 잎들이 생기를 찾은 듯 하다.
"내 청춘 이제부터"라는 듯이 뽐내지만
저도 알고 남들도 안다.
그렇게 조금만 머물 것을.
여름은 가고 꽃은 떨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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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만 님이 아니라고 말하고 나서
님은 많아지고 눈물 한 방울 떨구다.
없어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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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텼다고 그래도
많이 깎였을 것이다.
한참 밀려왔을 것이다.
못이기는 척하고
떠미는 걸 고마워하며
먼저 건드렸던 게 흘러간 데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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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지 않은 열기 때문에 땅은 아직 그렇지만
물빛은 깊어졌다.
(하늘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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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가버리고
내가 만든 너만 남아

 

좋아한 건 너였지만
너는 이제 기억나지 않고

내가 만든 나 같은 너만 남아

 

나를 미워하면서도
나 같은 너를 차마 미워하지 못하다.

 

하늘과 바다가 닮아 가는 걸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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