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風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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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어디 제 가고 싶은 대로 가겠어요?

바람에겐 의지가 없으니까 ‘가고 싶음’이란 것도 없지요.

의식이 없으니까 가는 데가 어딘지를 모를 것이고

자의식이 없으니까 제가 무엇인지도 알 리 없지요.


구름이라고 뭐 더 할 말이 있겠어요?

그것도 제 뜻대로가 아니고 그냥 물방울들이 잠시 모인 것이지.


구름이 산을 넘지 못하면

무슨 해단식을 거행할 것도 없이 비 뿌리고 사라지면 되고

바람의 기세가 사라지면

보통 기운으로 어정거림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가 되지요.


매이기 싫다는 뜻은 알겠어요.

그래도 ‘바람처럼 구름처럼’을 무슨 신조처럼 읊지는 말아요.

사람에겐 선택하는 의지가 있잖아요?

“그것은 우리의 바램(風 아니고 望)이었어.”

그러니 제가 매거나 푼 것에 대해서 “어쩔 수 없었어”라고 그러지 마셔요.


‘바람처럼 구름처럼’이라는 건

영속적이지 못해서 덧없다는 뜻이지

‘자유’라든지 ‘책임질 이유 없다’는 말은 아닐 거예요.


만남과 헤어짐이 어디 가볍게 여길 일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