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후증후군?
그저 만들어낸 말이 아니고, 명절 신드롬이라는 게 있기는 있는 모양입니다.
“당하고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 그러면 할 말 없지요.
“추석 쇠느라 수고했어요.”라는 말들로 서로 위로하는 걸 보면서
정말 “남자들은 뭘 몰라. 가르쳐줘도 몰라.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거야.”인지.
저는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아니 그렇지 않아본 적이 있는지?
어렸을 적엔 크리스천 가정에, 가난하고, 또 어른은 다른 일로 바쁘셔서
집에서 차례상을 차리거나 그다지 명절 음식이랄 만한 것을 준비하는 들뜸도 없었고
일찍 해외에 나와 수십 년을 살다보니 추석은 그냥 ‘환한 달밤’ 정도로 지나가곤 했지요.
그나마 한국에 나가 몇 년 사는 동안 “아 이런 거구나”를 목격하긴 했지만요.
아내가 딸네 집에 갈 일이 생겨 한 주일 비우는 사이에 추석을 맞았는데...
{국가기록원 소장, 한겨레신문에서 전재}
열나흘 달이 참 환하더라고요.
“그래도 완전하지는 않아, 하루 지나면 full moon이니까” 그런 마음으로 기다린 거지요.
다음날 오후 구름층이 두터웠지만, 구름은 그러다가 지나가거나 흩어지니까.
얼렸던 밥 데워 먹고는 이제 슬슬 카메라 들고 나가볼까 그랬지요.
아니 웬 機銃掃射? 우레 터진 후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네요.
행여 달님이 갠 하늘에 씻은 얼굴로 등장하셨나 해서 두 번 깼어요.
그리고 아침, 엊저녁 같이는 아니지만 비는 계속 오더라고요.
지금 오후, 晝夜長川일세.
달 사진 한두 번 찍은 것도 아니고
supermoon 찍었다고 만족스러운 걸 건진다는 보장도 없고
일출 명작 뽑을까 해서 未明에 넘어지며 高山峻峰 올라갔다가 안개만 보고 내려온 적도 있고
아무래도 남이 찍은 걸 훔쳐온 게 그 중 낫고...
{그래도 그렇지 않은 것이
메시나 호날두의 기막힌 골 같기야 하겠냐만 다시 개발질 할망정 나도 차 넣고 싶더라고.}
일본인들 표현일까 小望月, 十四夜의 달 말이지요.
다 차지 않았을 때에도 “내 잔이 넘치나이다” 그러는 마음.
열나흘 달이라면 분명히 보았거든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달로 오신 임이 있는 걸.
달 달 밝은 달 그대 같이 고운 달
어디 어디 떴나 내 맘속에 떴지.
그래요, 난 겪어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팔 다리 허리 아프신 분?
불편했던 가족모임으로 울화를 얻으신 분?
지나갔잖아요!
계절우울증으로 연결되지 말고
삽상한 기운 뿜어 나눠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