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맘
초저녁에 잠들어보는가 했더니
멀리서 온 전화가 깨웠다.
밤늦게 나갔다.
이름이 추석인데
오늘 놓치면 그만한 달을 언제 또 보겠는가.
우와 하루 차이가 이렇구나.
간밤과는 너무 다른 달
님의 마음만큼 크고 얼굴만큼 환하다.
행인 왕래가 끊어졌다고 하나
단지 내에서 고성방가로 뽑을 수도 없고
거문고 두고 나왔지만...
들어주는 이 없으면 어떠냐
일부러 못 듣게 하려는 건 아니나
혼자라서 더 좋구나.
{ 信意閒彈秋思時 調淸聲直韻疎遲 近來漸喜無人聽 琴格高低心自知
(白居易, ‘彈秋思’)
蜀桐木性實 楚絲音韻淸 調慢彈且緩 夜深十數聲
入耳淡無味 愜心潛有情 自弄還自罷 亦不要人聽
(白居易, ‘夜琴’) }
‘갈맘’은 ‘가겠다는 마음’이 아니고
‘가을마음’.
달 밝다고 오래 혼자 있기도 그래서 들어간다.
스스로 즐기다가 도리어 그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