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왕카 호숫가에서

 

 

Banff, Jasper, Yoho, Kootenay 등 Canadian Rockies 일대 국립공원들은

9월말에 여름시즌을 끝내고 한 달 숨고르기를 한 후에 11월에는 스키 시즌으로 넘어간다.

10월 1일, 떠나는 아침에 시간이 남아 공항 나가는 길에 Lake Minnewanka에 들렀다.

Minnewanka는 ‘精靈의 물’이라는 뜻, 28km 길이에 150m 깊이이니 작은 호수는 아니다.

일대에서 motorized boat를 탈 수 있는 유일한 곳이지만, 철 지나갔으니 정적 깨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미 야영장이나 피크닉 장소로 가는 길들은 다 차단되었다.

 

 

13100301.jpg

 

 

 

{밑의 사진 아래쪽 나무-노간주나무쯤으로 봐두고-에 얹힌 흰 조각이 보이나요?}

“휴지를 아무데나 버려두면 어떡해?” 그랬다.

치우러 가서 보니까 플라스틱 필름으로 입혀(laminated) 묶어놓은 연애편지와 장례식 순서지.

“사랑해, 영원히 잊지 않겠어...” 누가 누구에게 보내는?

아마도 가족들이 고인에게 보내는 것이리라.

장례식 일자는 9월 21일, 그러니 떠난 지 보름도 안 됐네.

말라 초라해진 꽃다발도 남았다. 왜 여기에?

여기서 간 걸까? 아니면, 생전에 이곳을 즐겨 찾았기에?

{순서지에 들어있는 사진으로 미루어보건대 겨우 서른이나 지났을까 싶은 젊은 여자였네.}

 

 

13100302.jpg

 

 

죽음은 어디에나 있다. 아름다운 곳에도.

아름다운 곳에서는 죽음도 아름다울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죽음이 무슨...

{그래도 죽음이 있으니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다. 없어봐라, 어휴~

끝나지 않는 것? 그건 지옥, 不老不死라도.}

 

 

 

13100303.jpg

 

 

그저 그만한 거리에서 그윽한 눈길 주기.

더 떨어져도 상관없으면 무관심.

{그건 호기심의 보상이 시원찮으리라 지레 짐작하고 가까이 가지 않는 거니까...}

더 가까워지려는 건? 그래야 뭔가 발생하겠지만

얼른 탐욕과 섞여버리기도 하니까...

 

 

13100304.jpg

 

 

 

그립다는 건 좋았다는 말.

시원하다는 건 애태우지 않아도 되니 나름 괜찮다는 뜻.

그래도 그게 어디 그러냐?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와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의 중간쯤에서 우왕좌왕.

 

 

13100305.jpg

 

 

보고 싶다고 칭얼거릴 것도 아니고

잘 있으려니 하는 거지요.

 

 

13100306.jpg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로 마음 쓰지 않았는데 다시 볼 수도 있고.

그러다가 한참 세월이 흐르고

Long long ago, long ago

그런데도 어제같이 여겨지기도 하리라.

 

 

13100307.jpg

 

 

 

가을볕 받으며 어슬렁거리다가

또 빨리 걷기도 하고.

{“빨리‘는 의미 없는 말, ‘더 빨리’는 비교하자니 생겼겠고.}

 

 

13100308.jpg 

 

1310030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