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가을 주워 담기
멀리 있는 딸들이나 옛 교우들에게서 전화 오면 오래 붙잡고 말씀하신다.
모신다고 와있는 아들은 별로 대화가 없어서 섭섭다 하시고.
저녁에 큰딸과 통화하시며
“오십일 만에 밖에 나가봤더니 담장미와 철쭉이 피었더라” 그러신다.
{오십일은 꽝이고, 단지 내 통로 재포장 공사로 휠체어가 다닐 수 없어 석 주 정도 나가지 못하셨다.
공사 때문만은 아니고, 한참 설득해서 마음이 동하셔야 나가시니까...}
가을을 변변히 누려보지 못한 채 11월을 맞았다.
코스모스, 낙엽, 열매들, 여기저기 흩어진 것들 중에서 몇 개 쓸어 담는다.
좀 있다가는 펼쳐 놓기가 민망하게 되겠어서.
다시 피는 장미를 같이 보지 못한다고 속태우던 아내도 이제는 그런 소식 보내지 않는다.
때가 됐으니까...
그냥 “때가 됐으니까...” 하며 담담할 수 없을까?
저묾, 시듦, 이욺도 때 되어 물러나는 썰물 같은 것이라고.
three muskeeters?
보기는 예뻐도 옻보다 더 지독한 독넝쿨(poison ivy)
호화 장묘? 그런 것 말고, 돌아가신 이들을 기념하며 공원에 벤치 하나씩.
기일이 되면 꽃으로 장식하기도 한다.
가을에 만난 자목련.
요즘 다 철없는 애들이니까, 그냥 “아 예뻐” 해주기로.
나뭇잎이 푸르던 날에? 뭉게구름은 여전히 피어나네...
생각난다 그 오솔길~
언제 한다던데 한국 무대에서 ‘토스카’ 가볼 수 있으려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그럼 좋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