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1
빼앗길 게 없는 날
빼앗은 게 없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가진 게 너무 많은데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투덜대고 있다.
내려놓는 것도 아니고
떠나는 것도 아니고
결별(訣別)을 계획한 적도 없고
그러니 헤어지자는 게 아니다.
하늘로 치솟았다가
아래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무에서 나와 나무로부터 받았지만
나무에게 준 것도 많은 잎은
더 줄 게 없는데 달려있음이 부담스럽다고
손을 놓았다.
가봤자 나무 근처이니까
시름시름 썩어가면서
나무에게로 스며든다.
주고받았지만 셈할 이유 없고
미안할 것도 고마울 것도 없는 한 몸이다.
{그래도 다 안다.
“그럼 어때”하고서도
속눈썹에 이슬 맺힘은 어쩔 수 없어서
파란 하늘이 얼마동안 흐리게 뵈는 줄을.}
눈 오는 날엔 어디라도 눈이 오니까
눈 맞으며 눈 밟고 눈 내리는 데서 눈 내리는 데로 간다.
지금은 어디라도 잎이 지니까
큰 눈 쏟아지듯 퍼붓는 낙엽을 맞으며
여기에서 거기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