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안 오면 어떡할지 조바심으로
언제 오려나 학수고대로
겨울을 기다리기야 하겠냐만
가을이 한참 머물러 있으면
“꽤 오래 버티네”라는 생각도 든다.
눈치 보여서 서둘러 떠난 건 아니겠지만
이제 갔나보다.
덜 추웠다는 얘길까
아니면 그때 사랑이 시작됐을까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라는 회상도 있었지만...
따뜻하면 겨울이 아니게?
내 마음 날 같이 아실 이 어디 있겠나
내 마음이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알아주지 못할 줄 알지만
배달사고 잦아지면 부치지 못한 편지 늘어날 게고
그러다간 아예 “말지”로 나오고 말 것이다.
사랑은 일이 아닌데 왜 힘이 들까?
그야 놀이라고 수월한 것도 아니고
시한부라 쫓기며 즐기는 것이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 재미도 없겠네.
{그러니 ‘영원’을 말할 때마다 쓴 침 고이는 게 당연하겠지?}
힘들다고 안할 것은 아니어서
운동하고 나서 땀 닦듯이
행복한 피로감을 기대하며
또 사랑할 것이다.
반복은 정진과 진전을 이루기도 하고
매번 아주 같은 건 아니니까
풋사랑이 참사랑이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삶은 익어갈 것이다.
좋았으니 “좋았어요” 할 것이고
말하지 않더라도 “별로...”인 때가 더러 있을 것이나
즉석복권 긁듯이 ‘복골복’(福不福)은 아니어서
공들인 만큼 돌아오리라는 믿음으로
그리고 뛰는 가슴으로 시작하시게.
시작할 엄두를 냈다면
삽질(photoshop) 많이 한 사진 건네받아서가 아니고
흰 도화지 한 장 들고 어떻게 해보는 거니까
재주껏 그려보시게.
살아야 할 이유 댈 것 없듯이
떠날 이유도 없는 거니까
말리는 시늉하다가도
억지로 붙잡을 것 없지만
“말버릇처럼 떠난다고 그러면서 왜 가지 않냐?”고
면박주지 말게나.
(“그럼 배 째 드릴까요?” 라는 말이 정말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만...}
“하나님이 왜 나를 부르시지 않냐?” 라는 노인에게
“제가 보내드리지요” 그러는 게 아니지?
가을에 떠나지 못한 걸 송구스러워 하는 이에게는
갈 때 가더라도 겨울이라도 나고 떠나라고 권하시게.
겨울에는 같이 있는 게 좋다.
같이 있거든 겨우 견디며 지낼 게 아니고
좋은 겨울 만드시게.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라는 얘기 남길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