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Variation on a theme of Psalm 90


닿지 않는 것을 향해

손 뻗고

발돋움하고

고개가 늘어난 건 헛수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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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에 떨어진 눈송이는 헛산 걸까?

비켜 바위에 내려앉아 결정체를 더 오래 보존하면 수복(壽福)?

상대적 지속의 길이에 너무 마음 쓰는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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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 열고 밤새 장독 뚜껑에 쌓인 것 보고는

쓸어 담고 싶어

신발이 차다고 방안에 들여놨다가 챙겨 신고 나가보니까

그새 다 녹았더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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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이 지나간 어제 같으며 밤의 한 경점(更點) 같다고 그러면

수유(須臾)가 억겁(億劫)이라 해도 그거 말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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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칠십 년 근력이 좋아야 팔십 년인데

그나마 고생과 슬픔에 젖은 것

날아가듯 덧없이 사라지고 마는데(v. 10)


그래도 오래 살기만 바라더라.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간 아기나

바위 목숨에 쇠 끈 달아 명 길게 이은 할아범이나

하나님의 대뇌피질에 저장된 메모리 용량은 다를 바 없더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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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날수를 제대로 헤아릴 줄 알게 하시고

우리의 마음이 지혜에 이르게 하소서”(v.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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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蛇足)


곱다고 주웠다가 넣고 가지는 않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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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한 움큼 주고

준 것 잊어버리며 살기.


껍데기는 생명처럼 치열하지 않고

오래 남는다.

오래 남아 모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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