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인사

 

 


 

지난 한 해

아니 가을이 너무 끄는 바람에 바로 어제 일 같은데

막 헤어져서

그러니까 아직 선혈 멎지 않은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 같아

말하기 조심스럽다만

갈 만큼 가고는

쉬기도 하는 거다


{정나미가 떨어진 것도 아니고

변심하고 배반하고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쉬고 싶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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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길에 만나고서 대번에

“내 인생 꼬이게 만든 00야”라고 욕했는데

잠꼬대에 제가 놀라 깨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는 내 인생의 대박이었다 큰 배(大舶) 만나

험한 뱃길 멀미 없이 이만큼 잘 왔다는 말이다


내릴 때 되어 내리면서

뭍에서는 수레가 되어 태워달라고

생떼부릴 수 없는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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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있어 헤어짐 따른 거니까

헤어져서 고마울 건 없지만

만남 때문에 감사해야겠네


그래도 휴가 같은 슬퍼할 시간은 누려야겠다

담배 끊기도 어려운데

갈라선 후에 금단현상이 없을까

사랑이 잘 안 되어 속상해서가 아니고

담담한 듯 손 놓고

잡지 않아 정말 보내놓고

밀려드는 공허감을 막아서자면

슬픔으로 얼른 채워야겠네


싸라기가 생철지붕을 두드리는 것도 아니고

솔가지 부러지는 소리 들리지 않았는데

그는 눈 내리고 있다고 그랬다

나가보면 어느새 발목 빠질 만큼은 쌓여 있었다


{올겨울엔 방안에 있으면서도 눈 내린다고 일러줄 사람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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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에게도 열매가 있다

{다 그렇지는 않은가}

꽃만큼 아니어도

열매도 좋다

아니 꽃의 아름다움이란

열매를 위한 몸부림 아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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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떨어져 또르르 굴러간 자리에서

또 꽃 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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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相隱의 잘 알려지지 않은 시에 이런 구절이 있더라마는


春蠶到死絲方盡   봄누에는 죽을 때에 이르러서야 실을 다하고

蠟燭成灰淚始乾   초는 다 재가 되고서야 눈물이 마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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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에고

12월이 한 해의 끝이기는 하지만

아주 끝은 아닌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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