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거기 눈 쌓일 만큼 왔다지?
별나라 거긴 남촌이잖아
담 곁에 많이 폈다던
흰 장미들은 그럼 어떻게 됐나?
꽃들은
밖에 있는 꽃들은
이제 못 보겠네
동백 피고
매화 터질 때까지는
여기도 추워졌어
아픈 사람들뿐이라 좀 그래
아버님은 공식적으로 도움 받는 분이고
{그래도 어른은 기운을 좀 차리셔서
날마다 설교가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오}
도우미 아줌마는 서 있는 것이 죽을 맛이고
나는 감기 몸살
몇 날 나가지 못했네
{잘 있냐는 인사 대신에
엄살 받아달라는 얘기구나}
그게...
아프면 아픈 대로 괜찮더라는
물건이라도 새로 산 것에는
마음이 가지 않듯이
조금씩 흠집이 생기면서
물건과 친해지듯이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
어딘가가 아프거나
망가졌을 때 비로소
사람의 몸은 사람의
몸으로 돌아온다
(나태주 ‘흠집’에서)
그럼...
재미없더라도 잘 견디기를
Till we meet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