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어느 날 1

 

추우면 파란 하늘이 좋고

흐리면 푸근해서 좋고

이래도 저래도 좋은 날이지만

하늘빛이 동동주 같아도

눈이 오기엔 너무 따뜻하지 싶은 오후에

인사동 거리 혼자 걷다가

저림과 아림 중간쯤 되는 풍속으로

그리움이 불어오더니

따사로움 어디로 갔는지

우수수 소름 돋는다


좋아서 좋은 게 아니고

좋았다는 말 때문에 좋은

그런 좋은 일로 좋지 않은

혼자 사는 사람이

혼자라도 좋아라

홀로라서 좋아라

이래도 저래도 거짓말


눈부처가 그랬다

그러지 않아도 괜찮았다고

이렇게 되니 좋다고

바라지 않으나 피할 것도 없다고

또 만나면 잘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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