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어느 날 2
더 좋을 수 있었던 일
그렇게 되지는 않았지만
다시 하면 잘 될 것 같다면서도
불러보지도 않고
일없이 기다리다가
세월 보내지 말아요
{거기만 바다 아니니까
배 떠난 자리에서 서성거리지 말고
다른 이와 다른 데로 가보셔요}
한 잎 남았으니 마지막이긴 하지만
그 마지막은 마음속의 마지막이니까
사라진 다음에 또 마지막이 떠오를 거예요
벌레 먹고 마른 잎으로 수삼 년 달려있으면 뭘 해요
“저 잎이 떨어지고 나면...” 하며 조마조마할 것 없어요
잎 다 떨어지기 전에 벌써 눈 틀 준비하고 있는 걸요
담장에 잎새 그려 넣을 생각 말고
넉넉한 마음으로 다 놓아주어요
{저 남은 한 장 어서 치우면 좋겠네
아직 새 달력 얻지 못했는데
석 달 치 한 장에 묶은 것 말고
달마다 꼬박꼬박 넘기는 걸로 하나 부탁해요}
수불석권(手不釋卷)의 연수(年數)가 길었어도
깨우친 것 없고 이룬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삼무(三無)인데
그렇다고 도로무공(徒勞無功)은 아니니
수삽(羞澀)하달 것 없네요
{호미곶이 좋은 건
일출일몰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