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떠나세요.

절망하기를 절망해서

못 살 거야 없지만 다 시시해졌거든

겨울바다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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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라면 좋지만

혼자라면 어때요?


사람에게 진저리났어도

어떡해요 사람에게 다시 가야 하는데

그런 막간에 바다에 들리라고요.


{무슨 ‘무진 기행’ 같은 조우를 기대하거나

닿지 않을 인연을 꿈꾸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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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포말처럼 근심을 흩고 싶거든

서리 깔린 모래둔덕에 서서

발까지 미치지 못할 밀물이나 들여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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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라고 해서 무슨 Emil Nolde 풍의 으르렁거림을 떠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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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계절에 그렇듯이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하늘이 바다를 닮았는지 바다가 하늘을 담았는지 바로 서나 물구나무서기로 보나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농담의 차이가 없지 않아도

흐린 경계는 있는 둥 마는 둥 하다.

개펄도 자갈도 그대론데 뭐, 노을도 해돋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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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에 가면 뭐가 많다.

갈대, 개펄, 철새, 안개, 노을, 배, (또 사람)...

시원찮은 디카족이라도 소 뒷걸음에 고기 잡히듯 몇 장 건질 수 있다.


{아래 사진 석 장은 세끼 꼬박꼬박 챙기듯 때마다 와온으로 나가는 김자온 씨 제품이다.

더 잘 찍을 수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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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시 사람인데

더불어 지낼 만하다고 생각되거든

포구와 시장으로 가요.

비린내, 소리, 아무렇게나 들인 민박집의 물것을 견디겠거든

지하철, 이동전화, 상사의 신경질, 아내의 성화가 기다리는

도시로 돌아갈 수 있겠네.

억울하고 약올라서 눈 흘기는 이들에게

바다소리 들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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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을 만하지요?


마지막까지 아름답다고 그럴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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