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작은 마을 베들레헴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셨다고 그래요.
베들레헴이란 마을 이름은 ‘떡집’이란 뜻이에요.
하필 누운 자리가 마구간의 구유였다고요.
그러니 일부러 꾸민 탄생설화라면 설정이 잘못된 거지요.
흠숭과 존경을 받기에 합당하신 위대한 왕자(王者)의 탄생이 어쩌면 그렇겠어요?
경주 돌이라고 다 옥석 아니고
개조와 벼슬한 선조들을 들먹이는 양반 가문이라고 해서 괜찮은 사람들만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네잎클로버 고르기 쉬운 언덕이 따로 있듯이
“아 거기라면...”으로 인정해주는 데가 있잖아요?
그런 데가 아니고 그냥 ‘작은 마을’이라고 했어요.
거기서 ‘작은’은 ‘별 볼 일 없는’이라는 뜻이겠는데
별 볼 일 없는 곳으로 별이 인도하여 찾아갔다니까 별 볼 일 있게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동방박사’ 곧 동쪽 나라에서 온 현자들은 아마도 점성술사였을 거라고 그래요.
{딱 그 구절만 생각나는데 왜 “별을 보고 점을 치는 페르샤 왕자”라는 노래가 있었지요?}
점성술사라면 그저 박수무당 정도로 여길지 모르지만 당시로는 황실 정치고문이었어요.
천기를 헤아려 길일을 잡아주고 예언도 하는 자문역이나 보좌관이라고나 할지.
보통사람들이 범상한 일로 여기고 지나치는 것들을 놓치지 않는 전문인의 시각을 갖추었던 이들이지요.
역사의 지평에 떠오르는 별이랄까 그런 기운을 분별할 만큼 특별한 은사가 없다고 해도
“어둡고 괴로워라 밤이 길더니”라는 마음으로 오랜 기다림이 있었다면 말이지요,
당신은 이제 동틈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그냥 인도하심을 따르기만 하면 돼요.
몇 자 더 적기가 귀찮다고 ‘X-mas’라고 쓴 것을 보고 설마 엑스마스로 읽지는 않겠지요?
‘X’는 희랍어 두문자로 ‘그리스도(Christ)’를 가리키는 말이고요
{그게 또 십자가(Union Jack에 들어간 성 안드레 형의) 모양이기도 하네요}
‘마스’는 경배(예배, mass)라는 뜻이니까
‘Christmas’라고 하면 ‘그리스도 경배’라는 합성어였군요.
그러니까 그게 그냥 공일(vacance), 휴일인 엑스마스가 될 건지
아니면 당연히 경배 받으실 만한 분께 엎드려 절하는 날이 될지는
당신에게 달려있네요.
곤룡포 입고 홀을 쥔 왕자가 아니기에
이렇다 할 고귀한 신분의 표지가 없는 존재이기에
가난한 여인이 길 떠나 방안에 들지도 못하고 한 데서 난 아기기에
그런 존재에게 엎드린다든지 경의를 표시하는 것조차 “말도 완 돼” 싶다면 말이지요...
그럼 그냥 불쌍히 여기고(com +passion)
사랑을 담고 쳐다보고
뭔가 베풀 수는 있겠어요?
그렇게 당신 주변에 있는
가난하고 병든 이들, 외로운 이들, 도움이 필요한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
지속적인 관심(inter +esse)으로 지켜보고 뭔가 베풀 수 있겠어요?
{그러셨거든요, “지극히 작은 자에게 행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고.}
당신은 카드, 선물, 벽난로, 가족이 어우러지는 평화를 누릴 권리가 있어요.
거기다가 전에는 가지지 못했던 ‘의미’를 보태어 누리시는 성탄이 되기를 바랍니다.
{디지털 시대에 이렇게 긴 글로 괴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뭐 이 인사 받으시는 분은 예까지 따라 내려오신 거니까...)
베들레헴(떡집), 구유... 그런 것 다 보탤 만한 얘기들이 있지만 그만할게요.}
작은 마을 작은 집 같은 당신이 결코 작지 않아서
우주보다 큰 분이 누우실 수 있어요.
그럼 복된 성탄 맞으시고요
님의 마음과 가정이 평화로 채워지고 강건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