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좋은 데여요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한 곳
갔다왔기에 또 가고 싶은 곳 눈에 밟히고
사람 사는 데가 뭐 이런지 점점 싫어져서 떠나고 싶기도 하겠지만
여기도 좋은 데이고 사랑이 늘 머물더라는 얘기 늘어놓고 싶어서...
{자신 없어 작은 목소리이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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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거리면 흔들리고 그래서 울렁거리는 것도 좋다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런 사람은 바다로 가겠다고 그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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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올라오겠다면 깊이와 높이를 다 내어주며 안쪽으로 불러들이는 산
그래도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은 게 남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산으로 가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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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한번 갔다오고 나서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묻겠는데
한번 더 다녀오면 좋겠다는 거지 살 데가 아닌 줄은 인정하겠지요?
흰빛이 무색이 아니고 가장 화려한 채색임을
그냥 파랑이라고 부르던 색조의 스펙트럼을 따로 따로 불러줄 이름이 없음을
산정호수, 빙정, 고산식물, 실뱀 같은 산길, 나귀, 꼽을 게 많지만
햇빛과 바람에 타고 얼어터진 피부, 먹지 못하고 씻지 않은 사람들이 예뻐서 더불어 살겠는지
할 것 다해보고 싶은 사람이 하루에 "나마스테..." 몇 번 말하며 거기서 그렇게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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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Sea Fever'라고 했으랴
그게 육지에 와서 좀 지내면 또 나가고 싶다는 얘기지
"수평선 너머 한 소리 들려온다" 같은 무슨 꾐이 있다는 거지
그래서 바다로 갔다가는 이내 돌아오더라
떠난다는 건 돌아올 때의 기대와 닿았을 때의 기쁨을 가불하자는 것이지
바다에서 살겠다는 얘기는 아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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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추억은 바다에서가 아니라 소금냄새 나는 뭍에서의 일이었고
모양은 어떻든지 양서동물처럼 물과 뭍을 넘나들며 살겠다는 얘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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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살던 데 들려보고 싶겠다는 얘기 듣거든
보내주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요.   
추억의 현장을 돌아보겠다는 건 '이제는 없음'을 확인하겠다는 거니까  
잘 다녀오라고 놓아주면 된다니까요.

 

사람이 아니라 경치 때문에 어디가 좋더라는 이
바랜 흑백사진 품고 다니며 당신을 예쁘게 봐주지 않는 이
여기 있는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
억지로 붙잡지 말아요.

 

그런데요, 사랑을 받지 않았더라도 그 사랑은 유효하거든요.
친구가 많아서 사랑이 뭔지 모르는 사람에게 부어버린 것들을 아까워하지 말아요.
당신의 사랑을 끝내 알아주지 않더라도 사랑한 사람의 값을 내리깎지는 말아요.
사랑 받을 만한 했던 그는 여전히 당신이 사랑할 만한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기다릴 만 하거든 기다려요. 

 

생강꽃 터지고 매향이 밤 공기를 채우는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 아니고
지금 이렇게 마른 잎 위에 눈까지 덮인 땅에서 살아남는 것이 다 사랑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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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을 빠져나간 바람이 소리를 남기지 않고
기러기 지나갔다고 수면에 그림자 찍어놓지 않았지만
만남과 이룸이 아주 지워진 건 아니거든요.
바람 잔 날에도 숲에서는 서로 기대고 비비는 소리 들리고
철 아닌 때에도 물에는 새가 노닐던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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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는 John Masefield, "Sea Fever", 곡은 John Ire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