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istoire d'amour - 겨울나기
다 그렇고 그런 얘기, 하나도 새로울 게 없지만
사랑엔 표절도 대필도 없고
틀림없이 제 겪은 얘기니까
아무리 시시하다 해도
“내 겪은 아픔 누가 알랴 우리 서로 나눈 기쁨 아무도 모르리”를 두고
비웃을 것도 없고
참 좋았겠다고 더러 아팠겠다고
싱끗 웃고 어깨 두드려주고 지나쳐
제 얘기 만들거나 돌아보며 사는 것이다.
문 열고 나서면 시비 걸듯 다가온 찬바람에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그게 “눈물이라도 그렇게/ 따뜻한 눈물이면 좋겠네”(김재진, ‘따뜻한 그리움’).
따뜻한 게 좋지만 바랄 걸 바라야지
겨울철 한 데에서야 시리고 곱음을 어찌 면하랴.
그래도 우리야 돌아다니기나 하지
못 견디게 추우면 부둥켜안기라도 하지
거기 그렇게 서있는 나무들
멀뚱하니 보긴 해도 다가가지 못하고 한번 쓰다듬어 본 적 없는 나무들은 어쩌랴.
{아래로는 닿기라도 했을까 더러 엉기기도 했을까?}
견디기는 할 거라
어떻게 살아남기야 하겠지
때 되면 눈 뒤집어쓴 만큼 꽃 사태 나겠지.
지난봄 천사들이 들여다보며 낄낄거리는 것 같아 이불 뒤집어쓰고도 잠들 수 없었는데
꽃등 달았던 나무를 그렇게 잘라버렸다.
아파트 나무는 아랫집 소유인가?
모과, 감, 대추 저희들이 독식하더니
볕 가린다고 목련나무를 능지처참했다.
언 땅 위로 불쑥 솟아나오는 것들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동짓달에 매화타령하기엔 염치없는 일이니
‘봄의 신앙’을 가진 자라도
우선은 겨울나기 잘하고 볼 일이다.
나는 나니까 내 모습 말고 뭘 보여주랴 할 게 아니고
그가 원하는 모습으로 다가서지 못함을 슬퍼하며
환생 때는 더 예뻐지기로 약속한다.
카미유 피사로...
김천애 님이, 그러니까 일정 때 부른 ‘봉선화’
(에휴, 세월의 흔적이라 여기고 들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