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 - 뒤와 앞을 함께 보기

 

 

뇌에 쥐날 일이 없다고 마냥 놀릴 수도 없고

고스톱 치는 것조차 치매예방을 위해서라던데

놀이상대가 없으니 혼자 블로깅이라도 하게 된 것이고

젊어서는 워낙 악필이라 연서도 보내지 못했으나

이제는 자판과 전자우편, 문자 메시지를 이용하는 세상이지만

말상대 하나 둔다는 것도 여간 힘들어야지

해서 뭐라도 끄적여보지만

누가 날더러 백옥루(白玉樓) 상량문(上樑文)을 지으라 하겠는가

그냥 반성문이나 제출하려는데

웬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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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많은 저를


“오면 안 돼!”

내게 무슨 역병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와 나 사이에 무슨 부비트랩이 매설된 것도 아니고

다가오지 말라고 그런 뜻은

내 약점이 근접촬영으로 그의 뇌리에 각인되지 않기를 바라서였는데


제가 그러고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아 난 잊을 테야” 그랬는데

그도 나도 잊지 못했다.


아니 늘 보아오지 않았던가?


흠이 많고 약한 우리도 용납하여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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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卒)


좁은 장기판 한걸음에 어디라도 닿을 수 있겠건만

하나쯤 건너뛰는 건 문제가 될 것도 아니겠는데

卒은 한 칸씩 기어 다닌다.

후진 기어도 없다.

겅정거리는 象과 同歸於盡-무협지에서만 쓰는 말-하면서

만족한 웃음 짓는다.

그래도 묘수풀이에는 보통 졸 하나쯤 남겨놓더라.

拙하게 살다 卒해도

있어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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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년(暮年)


다 익지 않았더라도 조바심내지 말자.

쨍하는 햇볕 며칠 더 내려주실 것이다.

맛 들어야 그분도 기뻐하실 터이니

그때까지 기다리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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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이어라


돌아가기엔 너무 먼 곳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하는 사람.

그리워하지만 한숨과 눈물은 내보이지 않는 사람.

구름이 사라졌으면 비 되어 내린 줄 아는 사람.

첫얼음 낀 날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소리를 듣는 사람.

산불 진화한 자리에서 어떤 나무들이 들어설지 그려보는 사람.

사과 한 알에 씨가 몇 개 들었는지가 아니고

씨 한 톨에 사과 몇 개가 들어있는지를 헤아리는 사람.

그런 사람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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