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실 할매
Stephen Foster 곡 ‘Beautiful Dreamer’를 예전 노래책에서는 ‘꿈꾸는 가인’이라고 옮겼다.
佳人은 아름다운 사람, 애정을 느끼게 하는 이성.
아름다운 꿈을 꾸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고 꿈꾸는-잠자는- 사람이 아름답다는 뜻이렷다.
{그 ‘佳’자가 쓰자면 아름답게 빠지지가 않더라, 차라리 같은 뜻으로 획수 많은 ‘嘉’자가 잘 나오데.}
그녀를 ‘가슬아씨’라 불렀다.
가슬에서 시옷이 탈락하여 가을이 된 거지.
아직도 가을걷이(秋收)를 가리켜 ‘가실하다’라는 말을 쓰는 데가 있는데,
‘갓’은 끊는다(切)는 뜻. 이삭을 베거나 열매를 끊어 거두는 계절이 가을.
가슬, 곱고 청초하면서도 풍요함에 비겨 여인에게 그리 불러줘도 좋겠다.
심심하면 아는 글자 동원하여 ‘嘉瑟’이라 해보기도.
세월 갔으니 ‘가실할매’라 불러야 정직한 게 아닌지?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낙산리를 예전에는 가실 마을이라 했는데
거기에 90년 전에 지은 오래 된 성당이 있다.
그 무슨 ‘신부수업’인가 하는 영화에도 나오고 사진동호인들이 즐겨 찾아가는 아름다운 집이다.
‘佳室’이라는 이름을 되찾아 ‘가실성당’으로 불린다.
외증조모님 친정이 가실이라 친척들이 언급할 때에 ‘가실 할매’라 했다.
가실할매.
꽃이 져야 열매 맺으니까
실하고 고운 열매(佳實)로 남으면 됐지
시들었다 할 게 아니네.
열림(여름)이 없으면 어찌 거둠(가슬, 가을)이 있겠는가.
위대한, 찬란한 여름? 사실 힘들었다.
여름 견뎌야 가을 오는 것.
그렇게 다가온 가을.
좋다.
쓸쓸하고 섭섭하고? 그런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