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봉에서

  

아무와도 “정상에서 만납시다”라는 인사 나눈 적 없는 사람인데

혼자 가는 길에 천왕봉 올라가지 않으면 어떻겠냐고 했다.

누가 “‘안’이 아니라 ‘못’이겠지”라고 빈정거릴 것도 아니고

자신에게 “신 포도는 안 먹어”라고 초라한 변명을 해댈 이유도 없다.

계영배(戒盈杯)의 교훈까지 들먹일 것 있겠는가, 고도로 치자면 칠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웬만큼 올라가서 등성이 따라 걸으면 될 일.

 

 

s 15061801.jpg

 

 

철쭉제?

지자체의 무슨 축제가 번번이 ‘한창때’를 놓친다 해도 ‘한 철 장사’를 포기할 수는 없을 터이고

갈 데 찾는 사람들은 몰려올 것이다.

그러니 일출을 보겠다는 야무진 꿈 없더라도 일찍 나서는 게 상수.

꼭 철쭉을 보러 온 걸음이라면 혹시나가 역시나로 비극 예감의 적중에 부르르 떨었겠지.

‘철쭉’은 왜 거길 가냐는 물음에 대답할 명분이었을 뿐.

 

 

s 15061802.jpg

 

 

충돌의 위험이 없다면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일? 흥분된다.

좀 있다가 이불자락 걷듯 꼼지락거리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상기 아니 일었느냐?”는 우쭐댐.

 

 

s 15061803.jpg

 

s 15061804.jpg

 

 

고도계(高度計)로 측정할 것도 아니고 높이에 따라 수목의 식생대(植生帶)가 달라지니까.

 

 

s 15061805.jpg

 

 

그래도 꽃 보면 좋더라, 그러니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했겠지.

 

 

s 15061806.jpg

 

s 15061807.jpg

 

s 15061808.jpg

 

 

꽃들 들여다보면 꿀을 내준다며 벌 나비 개미에게 찢겼더라고.

{쓸데없는 생각인 줄 알지만... 개체보존은 본능이고 종족보존은 의무일까?}

 

 

s 15061809.jpg

 

 

평지에서는 사라진 철쭉이 군락지(群落地)에서는 명맥(命脈)이나마 잇는달지

 

 

s 15061810.jpg

 

s 15061811.jpg

 

s 15061812.jpg

 

 

‘거기’까지 이르니...

“오늘까지는 그대를 기다리려고 했거든요”라는 애가 있었다.

 

 

s 15061813.jpg

 

 

숨질 때까지는 기다린다.

눈을 못 감겠다? 만남은 오지 않은 게 아니고 지나간 것.

억울하지만 내려놓으시게.

그때 좋았다고, 이미 좋았다고, 그만하면 됐다고.

 

 

s 15061814.jpg

 

 

내려가는 길은 터덜터덜.

{왜 돌은 박아놓았지?

올라갈 때 편하라고 그랬는지 모르지만, 너덜길 내려갈 때는 무릎에서 출렁거리는 소리 나거든.}

 

 

s 1506181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