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어제 손군의 강연회가 있었다.

{불같이 일어나야 할 텐데...}

해서 친구들, 대부분 ‘전직’이 앞에 붙는 장차관, 의원, 판사, 청장, 회장, 사장...

{일찍 폈지만 지지 않을 수는 없어서 말하자면 전성시대를 벗어난 영자인 셈}

자영업이나 교육계 쪽은 아직 활동 중이겠네,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프리랜서(백수)인 이들도 아주 없지는 않겠으나 공석에 잘 나타나지 않으니까

나는 희귀종으로 취급되어 대접받는 셈이다.}

그렇게들 출근부에 도장 찍듯 잠깐 얼굴을 보여주고는 흩어졌는데,

빼곡한 자리에 오래 못 있는 나는 일찍 나와서 아무개 권유로 남산을 오르게 되었다.

일차 올랐다가 하산하여 근처에서 일하는 친구와 어울리게 되었는데

목멱산이 어쩌고저쩌고 하다가 이차 등반(?)하게 되었다.

{좋은 산보길인데 아닌 밤중에 웬 맹인들이 그리 많은고?}

 

 

       

 

 

빚으로 허덕이는 친구에게 “넌 인생을 어쩌면 그렇게 살았냐?”고 정색하고 야단쳐도

푸슬푸슬 웃어가며 “맞아, 죽을 죄인이지.”로 받아넘기고

“빚진 죄인이라면 우린 다 죄인일세.”라며 딴 길로 새기도 하면서

무작정 상경하여 갈데없는 노숙자처럼 한밤에 남산을 배회했다.

눈 좀 크게 고치겠다는 딸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 아비에게

‘너의 선택을 내가 선택하지 못하기에 사랑으로 우는 슬픔’을 들먹이며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랑 아님’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좀 뒤늦은 듯 싶지만 그래서 아주 괜찮게 된 친구도 사십 년 만에 만났다.

“사십 년 만에 봤는데 앞으로 사십 년 안에 또 볼 수 있는지... 사진이나 남기자” 그랬더니

“죽으면 사진부터 태우던데 뭘 남긴다고...” 하면서도 하나 박았다.

돌아오는 길에 책방에 들려 시집 칸을 뒤지는데

「장편 서사시 “노무현! 그 이름을 희망이라고 부릅니다”」(2003년 간)라는 게 눈에 띄었다.

 

                                                         

 

                               

 

                                                                                            정미조가 개여울을 부르던 때의 눈매 같지는 않지만

                                                                                            (늙으면 눈이 작아지더라)

                                                                                            아직도 착한 소년들 같아서...

                                                                                            ‘초상권 침해’로 소송하기 전에 말로 해결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