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Meer
대부분의 서해안에는 고운 모래나 반들반들한 자갈이 없지요.
굴 껍질이 다닥다닥 붙은 위태한 바위나 물 빠졌다고 들어갔다가는 큰코다칠 개펄이
‘외인 출입금지’ 팻말 꼽아놓지 않았더라도 접근을 망설이게 만들지요.
그래도 어제 제부도에 가서 칼국수 먹고는 바람 좀 쐬다가
작은 돌 하나 주워 온기를 불어넣어주는데
박재삼이 흘렸던 한 가닥이 떠오르데.
여울 바닥에는
잠 안 자는 조약돌을
날 새면 하나 건져
햇볕에 비쳐 주리라.
가다간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리라.
(‘내 사랑은’ 중)
한 줄 건지니까 줄줄줄 나온다 또 나온다,
해서...
내 사랑이 저렇던가 몰라
바다에는 속절없이 눈이 내리네
(‘바다에 내리는 눈’ 중)
그래, 그런 것도 있었지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울음이 타는 강’ 첫 행)
이젠 한, 두 줄 떠오르지 온전히 기억하는 게 없다.
지나간 것들은 조각 몇 점으로 남아 있을 뿐
사기 파편으로 미루어 깨지기 전의 그릇 모양을 그려보는데
잘 안 된다.
굴 껍질 같은 사랑의 잔해
널려 있는데
살아있는 알맹이가 있을까 해서
돌멩이로 쳐본다.
먹지도 못할 것
자라지 않은 생명을 괜히 짓부순다.
지천으로 깔렸는데
뭘 찾겠다는 건지...
며칠 일로 서울을 떠나 있었어요.
누가 궁금해 한다고 보고할 것도 없지만
돌아온 다음에야 이렇게 알려요.
{카메라 챙겨 떠나는 여행이 아니어서 '그림' 전하지 못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