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자친께서 돌아가시기 몇 해 전, 그러니까 25년 전쯤 아들에게 보내신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일전에 그곳을 다녀온 사람 전언으로는 네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네 영향력이 확대된다니 엄마의 마음이 무척 기쁘다.

아버지도 내색은 안 하시나 참으로 자랑스러우실 게다.”

그 기쁨을 불효막심한 자식이 싹 지워버렸다.  그렇게 답장했다.

“이름이 알려지거나 영향력이 확대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어머님까지 세상 표준에 따라 명예를 구하시는가요?”

저런 못된 놈...

이어지는 말씀이다.

“편지가 오고가고 하면 한달이니 참 답답하구나. 

이 어미를 그런 사람으로 보았구나.

나는 네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크게 쓰임받기를 기도할 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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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어느 목사님, 지대한 영향력의 저명한 분께서 “앞으로 타 교회에서 오신 분의 등록을 받지 않겠습니다.” 라고 ‘수평 이동 사절’을 선언함으로써 훈훈, 감동, 신선한 충격의 화제를 낳고,

‘영향력’의 파급이 기대된다고 한다.


그만 해도 초고속성장으로 대형교회를 이룬 복음주의 지도자들 중에서는 아주 괜찮은 분이라 할 만 하니,

‘만시지탄’, ‘당연한 걸 이제 와서...’ 등으로 깎아내리려는 마음은 없다.

그분은 초기의 모방과 방대한 독서량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향상시켰고, 그런 노력과 열심에

위로부터 임한 축복이 은혜 위에 은혜를 쌓듯 하여 영향력 있는 지도자가 되었다.


그가 섬기는 교회보다 더 큰 교회를 담임한 분들도 있고, 그 영토와 영향력 때문에 가히 ‘세계적’이라는

수식어를 자타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지도자’들도 있다.  그들 중에는 그저 그만한 이도 있고,

“뭐야, 이건 아니잖아?” 케이스도 없지 않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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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성탄절과 송구영신은

                                                                   열네 명 앉을 자리만 있는 예배당에서 장작불 난로 피우고 예배드렸다.

 

 

수도권 어느 도시에서 사역하는 열 서넛 목사님들이 ‘목회자 기도회’라는 모임을 이루어

어울려 교제하고 더불어 섬기는데, 그분들과 며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교세’를 묻는다던가 하지 않았으니 담임한 교회의 ‘규모’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참 실례지만) 입성이나 끌고 다니는 차만 봐도 알지 {“쩝”하면 입맛이니까...}

어떤 교회는 ‘개척교회’ 수준을 겨우 벗어났을까 말까, 그리고 이렇다 할 만한 규모의

교회를 꼽는데 한손 다섯 손가락이 다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분들이 그렇게 즐겁게 목양하고 마치 보이스카우트 단원들처럼 유쾌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는 게 참 좋다.

 

그분들은 달마다 3만원의 회비를 내는데-그것도 부담이 되는 분들도 있다고-

그걸 모아서 뭘 하냐 하면...

농어촌교회 예배당을 보수하러 자재를 산다.

사람 시켜서 하는가?  대부분이 노가다, 기능공 수준으로 숙련된 이들이다.

핑계 김에 산천경개를 구경하고 오는가?  새벽기도를 마치고 봉고 두 대 정도로 떠나

이튿날 새벽기도 시간 전에 돌아온다.  {대신 맡길 만한 부교역자도 없고 해서.}

그러니 밤낮으로 달리고, 일하고, 그 모습으로 다음날 새벽기도를 인도하는 셈이다.

그분들이 그간 다녀온 농어촌 교회에서는 혹 육십 대 후반쯤의 ‘젊은이’가 남아있으면

‘청년 집사’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주일헌금은 천 원짜리 서너 장과 동전 더러 인 데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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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교회를 이루어 큰 헌금으로 큰 선교를 해내는 큰 교회의 ‘크신 종님’들도 있다.

{아아, 종은 놈이고 주인이 님이지 어찌하여 ‘종님’이라는 말이 생겼는고? 

제자들 중에 아무도 종노릇하겠다는 자가 없어서 주님이 종이 되어 발을 씻기시지 않았던가?}  

작은 교회, 적은 교인, 그나마 살기도 힘든 이들, 십일조 내라고 야단치기도 미안한 강단,

한 일은 많은데 이룬 흔적이 없는 현장, 잘 섬기기 때문에 대접받지 못하는 진짜 종놈들도 있다.

잘하고 못하고, 옳고 그르고, 그러자는 게 아니고

큰집에는 금그릇, 은그릇, 질그릇이 다 있어 그 쓰임이 다르다는 얘기다.


어느 물리학자가 그랬다.

아기침대(요람)에서 떨어트린 딸랑이(요령)가 내는 소리(파장)가 은하계 끝까지 이른다고.

영향력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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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하고 되뇌어본지 얼마만인가.

되어질 것은 되어지고 움직이는 물체는 정지하지 않는다는 걸 큰 주장이나 되는 듯이 떠든

아들은 아직도 어머님께 기쁨을 드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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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궁 속에 던질 풀도 고이 입혀 주시고

                                                                                          곡식 모아 고간 안에 들이지 않는 새는 염려하지 않는다.